최고의 의료 명소로 변화되길 꿈꿔
방문석 < 대한재활의학회 이사장 msbang@snu.ac.kr >
택시 기사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가는 길 내내 해결책을 제시했다. “마침 용산 미군기지 반환과 개발이 현실화되는데 병원을 거기에 지을 생각을 해보라”는 제안이었다. 조선 시대 사도세자가 머물던 궁터인 현 병원 부지는 국가에 반납해 궁으로 보존하든지 공원으로 조성해 창덕궁과 창경궁, 종묘, 대학로를 잇는 문화지역으로 발전시키고, 병원은 용산 미군기지 터로 옮기자는 방안이다. “지금보다 넓혀 국제병원으로 발전시키면 용산 발전에도 도움이 되고 교통도 혼잡하지 않고, 서울역과 용산역에서 접근성도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택시 안에서 정치나 경제 평론하는 기사들은 가끔 본 적 있지만 필자가 몸담은 직장의 문제점을 꿰뚫고 나름의 해결 방안까지 제시하는 얘기를 듣고 보니 신선한 충격이었다. 택시에서 내려서도 오전 진료 내내 그 대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내게 이 얘기를 전해 들은 동료 교수들은 “기발한 아이디어”라며 “그 기사분을 경영자문으로 모셔야겠다”고 말했다.
나는 보건의료 전문가라 자처하면서도 병원을 찾는 환자와 보호자들이 느끼는 불편함에 무심했던 스스로에게 자책감을 느꼈다. 따지고 보면 대한제국 시절 왕실 소유의 별궁 터에 쾌적하게 자리 잡은 지는 이미 100년이 넘었다. 이젠 서울이라는 대도시의 혼잡한 도심에 싸여 국가중앙병원으로서는 옹색한 처지가 됐는데 정작 구성원들은 무심했던 것이다.
아직 실현이 어려울지 몰라도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남산 아래 공원에 쾌적하게 자리 잡은 글로벌 수준의 병원을. 최고 시설을 갖춰 서울의 명소가 된 병원과 연구시설, ‘대한민국 의료를 세계로’라는 비전을 실현하는 현장을 꿈꿔 본다.
방문석 < 대한재활의학회 이사장 msbang@sn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