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재·보선 'SOS' 쳤지만…김한길·박지원, 원탁회의 불참
4·29 재·보궐선거 지원 문제를 놓고 친노(친노무현)계와 비노(비노무현)계 간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당내 호남 맹주 격인 박지원 전 원내대표 등 ‘특급 도우미’들이 선뜻 나서지 않고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서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정동영 전 의원 등의 출마로 광주에 이어 서울 관악을 판세까지 안갯속으로 빠지자 2일 밤 전(前) 지도부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원탁회의를 소집했다. 이날 만찬 회동에는 초청 대상자 중 박 전 원내대표와 김한길 전 대표 등이 불참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오래전 잡아둔 지방 강연 일정이 있어 문 대표 측에 알렸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 측도 “감기몸살이 워낙 심한 데다 다른 일정이 있다”고 참석 불가 입장을 밝혔다.

문 대표로선 박 전 원내대표와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상임고문 등 DJ(김대중 전 대통령) 가신 그룹과 호남 비노 인사들의 지원 사격이 절실한 상황이다.

문 대표는 이날 “이번 재·보선이 당으로선 가장 큰 고비”라며 “(불참한) 두 분을 따로 만나 지원을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박 전 원내대표는 선거 판세를 관망하겠다며 소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재·보선 지원 여부에 대해 “지금 뭐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상황을 좀 보자”고 해 당분간 선거 지원에 직접 나서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정동영 전 의원과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의 출마를 공개 비판했던 권 고문은 당초 7일 조영택 새정치연합 광주 서을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광주행을 결심했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동교동계 인사 60여명이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만장일치로 권 고문의 재·보선 지원을 반대해 나서기 힘들어졌다. 박영선 전 원내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대표가) 여기저기 다녀달라고 부탁해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안철수 전 대표도 이날 “투표율이 낮을 수 있기 때문에 대비해야 한다”며 선거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