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전국 2000만 가구를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조사하던 인구·주택 총조사(센서스)를 올해부터 등록 센서스 방식으로 바꾼다고 한다. 100% 현장조사 대신 11개 기관의 행정자료 21종을 활용한 등록자료 조사 및 표본가구 20%(400만가구) 심층조사로 전환하는 것이다. 1925년 첫 조사 이래 무려 90년 만의 변화다. 이렇게 되면 5년 단위로 발표하던 인구·주택 총조사 통계를 매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통계 활용 범위도 훨씬 넓어질 것이다.

그간 국민 생활양식과 경제·사회구조는 1인가구, 맞벌이가구, 고령자가구가 늘면서 크게 달라졌지만 통계 조사방법은 일일이 가정을 방문해 물어보는 수준이었다. 그러다 보니 응답률 저하, 답변 기피에다 사생활 침해, 조사원 피해까지 생겼고 이는 곧 통계품질 저하로 귀결됐다. 실상과 동떨어진 통계에 기초해 만들어진 정책이 제대로 작동할 리 만무하다. 각종 복지, 보조금, 사회안전망 등에서 누수가 심각한 것도 통계 부실과 무관하지 않다.

인구·주택 총조사부터 통계품질이 진일보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정확한 통계를 내놓더라도 국민의 통계 이해도와 활용도가 떨어지면 소용없다. 지금도 허술한 통계나 엉터리 여론조사, 악의적 왜곡 등이 적지 않다. 통계 조작, 오독, 아전인수식 인용을 통해 허위 주장의 근거로 삼기도 한다. 정치적 견해나 집단의 이해관계가 겹치면 방향을 미리 정해놓고 결과를 꿰맞추는 일도 허다하다. 빈부격차, 소득양극화 등 민감한 사안일수록 더욱 그렇다. 통계는 의사결정에 필수적인 신뢰자본이다. 통계 품질과 이해도가 낮은 나라는 결코 선진국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