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시의 나라 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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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시의 나라 이란](https://img.hankyung.com/photo/201504/AA.9781052.1.jpg)
이들은 7세기 이후 이슬람 세력의 지배를 받았다. 그러나 단봉낙타권인 아랍과 달리 쌍봉낙타권인 페르시아 문화를 고수하고 있다. 코란을 공감대로 뭉친 아랍권과 달리 뚜렷한 매개가 없는데도 고유 문화를 지킬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 칼보다 붓을 중시하는 전통 덕분이다. 페르시아 문학은 10~15세기에 절정을 이뤘는데 단연 시가 앞섰다. 4대 시인인 피르다우시, 루미, 사디, 하페즈는 거의 성인이다.
하페즈의 시는 독일 괴테와 영국 바이런, 프랑스 앙드레 지드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괴테의 ‘서동시집(西東詩集)’도 그에게 감명받아 쓴 것이다. 피츠제럴드의 영어 번역으로 유명해진 ‘루바이야트’의 오마르 하이얌도 페르시아 국민시인이다. 신비주의 시인 루미의 시는 특유의 잠언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다.
이란인은 고교 졸업 때까지 100여편의 시를 외운다. 전국 어디를 가도 시인 이름이 붙어 있다. 약속을 잡을 때 “피르다우시 거리의 사디 광장 옆 하페즈호텔에 있는 루미 찻집에서 만나자”고 할 정도다. 몇년 전 지진으로 300여명이 죽고 수천명이 다쳤을 때 국영방송 앵커는 “세상은 한 몸. 누가 아프면, 모두 아프다”는 사디의 시구로 뉴스를 시작했다.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은 “배운 사람일수록 늙어도 젊게 산다”는 피르다우시의 시구로 대신한다고 한다.
송웅엽 주이란 대사의 말마따나 ‘사막의 밤하늘을 수놓은 별, 석유와 천연가스, 그리고 시의 왕국’이 곧 이란이다. 우리와 인연도 깊다. 1500여년 전 페르시아 왕자와 신라 공주의 사랑 얘기를 담은 서사시 ‘쿠쉬나메’의 나라, 한 세대 전 2만여명이 건설 현장에서 땀을 흘린 경제협력의 나라. 양국 수도에 테헤란로와 서울로를 교차 조성한 나라. 금식 기간에도 ‘대장금’은 거르지 않는 나라, 한국 시인들을 초청해 문학의 밤을 여는 나라….
마침 핵협상 타결로 새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테헤란 시내의 하페즈호텔 등에 벌써 서방 비즈니스맨들이 몰린다고 한다. 우리 시인들이 작년에 이란 시인들과 만나 손가락을 걸었던 바로 그곳에도.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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