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월3일 오전 11시5분

KDB대우증권이 채권 운용에서 괄목할 만한 수익률을 올리면서 지난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대다수 증권사는 올해 시장금리가 지난해와 같은 큰 폭의 하락이 없을 것으로 보면서 오히려 금리 인상에 대비해 투자위험을 줄이는 쪽으로 운용 전략을 짰다. 반면 KDB대우증권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금리가 가파르게 하락할 가능성에 과감하게 ‘베팅’해 고수익을 올렸다.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금리가 지난달 한국은행의 전격적인 기준 금리 인하로 급락한 덕분이다.
[마켓인사이트] "美 금리인상 움직임…한국은 반대로 간다"…'깜짝 실적' 이끈 대우증권의 역발상 투자
◆채권 운용 수익이 절반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KDB대우증권은 올해 1분기 1100억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내 증권업계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낸 당기순이익(460억원)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지난해 1분기 448억원으로 비슷한 순이익을 올렸던 한국투자증권도 올해 약 850억원으로 선전했지만 KDB대우증권에는 못 미쳤다.

대형 증권사 대부분이 올해 코스닥시장을 중심으로 한 주식 거래대금 증가와 금리 인하로 인한 보유 채권 가치 상승으로 이익이 늘었지만 KDB대우증권은 채권거래 수익 비중이 유난히 높았다. 1분기에 낸 당기순이익 가운데 채권 투자에서 낸 이익이 5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 운용을 맡은 세일즈앤드트레이딩(S&T) 부문은 3개월 만에 올해 목표 수익을 이미 달성했다.

KDB대우증권은 지난해 말 국내 금리가 하락할 것으로 확신해 채권 보유 규모를 늘리고, 금리 하락에 따른 손익이 극대화되도록 채권 만기(듀레이션)를 늘리는 전략을 썼다. 채권은 만기가 길수록 금리변동에 따른 가격변동폭이 커진다. 지난해 초 14조9000억원 규모였던 채권 보유물량(기업어음 포함)을 지난해 말에는 16조6000억원(단기매매금융자산 9조7000억원, 매도가능금융자산 6조9000억원)으로 늘렸다. KDB대우증권 S&T 부문 관계자는 “채권 보유물량이 역대 최대 수준인 상황에서 듀레이션을 확대한 것이 주효했다”며 “채권 금리가 떨어지면 다른 대형 증권사보다 두 배 정도는 이익이 나는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반대로 갈 것” 역발상

당초 대부분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올해도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겠지만, 단기간 내 가파른 금리 하락은 어려울 것으로 봤다. 미국이 금리 인상 시점을 저울질하는 상황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양국 간 금리 격차가 벌어질 경우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하지만 KDB대우증권의 판단은 달랐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이로 인해 시중금리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담뱃값 인상효과를 제외하면 사실상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소비자 물가상승률도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오종현 KDB대우증권 채권운용본부장은 “그동안 신흥국 등에 대한 해외 채권 투자를 꾸준히 늘린 것이 한국 금리의 향방을 판단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오 본부장은 하지만 “앞으로는 채권시장 수익성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투자 민감도(위험도)를 낮출 것”이라며 “해외 채권 투자 비중을 늘리는 등 다른 수익성 강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임도원/하수정/이태호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