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펠르랭 소사이어티 페루 리마 지역총회에서 참석자들이 주제 발표를 듣고 있다.
몽펠르랭 소사이어티 페루 리마 지역총회에서 참석자들이 주제 발표를 듣고 있다.
몽펠르랭 소사이어티 2015 페루 리마 지역총회(3월23~24일)’에서는 남미 국가들의 명암이 집중적으로 부각됐다. 공산주의자에서 자본주의 시장경제 예찬론자로 전향한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노벨문학상 수상자(2010년)는 개막 연설에서 남미의 포퓰리즘(대중인기 영합주의)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요사는 “남미 국가들이 직면한 발전의 최대 걸림돌은 포퓰리즘”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볼리비아, 에콰도르, 니카라과, 브라질, 아르헨티나 정부 등을 망라하면서 “이들 정부가 현재를 위해 나라의 미래를 희생시키는 포퓰리즘적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널드 하버거 미국 시카고대 명예교수는 1970~1980년대 ‘칠레의 경제기적’을 낳은 경제개혁의 교훈을 되새겼다. 그는 “시장 개방과 민영화로 상징되는 경제 자유화가 칠레의 빈곤율을 낮췄다”고 소개하며 경제개혁의 핵심은 경제 자유화가 돼야 한다고 설파했다. 그는 시카고대에서 자유주의 경제학을 공부한 뒤 고국으로 돌아가 경제개혁을 주도한 칠레 유학생들(시카고 보이즈)의 스승이었다.

이번 총회엔 기업인과 기업인 출신도 많이 참석했다. 주제 발표에 나선 아르헨티나의 길러모 예이츠 전 솔페트롤레오 석유사 회장은 남미 국가들의 국수주의와 에너지산업 국유화 폐해를 질타했다.

길러모 예이츠
아르헨티나 전 솔페트롤레오 석유사 회장


"남미 자원 국유화, 빈부차 키워…미는 사유재산 보장해 셰일혁명"
지난달 23~24일 페루 리마에서 열린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의 모임인 ‘몽펠르랭 소사이어티 2015 지역총회’. 전 세계에서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남미 병(病)’을 주제로 한 발표와 토론 열기가 뜨거웠다. 아르헨티나의 길러모 예이츠 전 솔페트롤레오 석유사 회장(사진)은 주제 발표를 통해 미국발 ‘셰일 에너지혁명’의 비밀과 남미 국가들의 자원산업 국유화 폐해를 비교분석해 눈길을 모았다.

자원 국유화의 허와 실

예이츠 전 회장은 ‘남미 병’의 하나로 에너지산업 국유화를 들었다. “멕시코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에콰도르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미 주요 6개국의 최대 석유·가스생산업체들은 모두 국영기업”이라고 말했다.

자원이 풍부한 남미에서 정치·경제적인 국수주의 바람이 분 것은 1920년대였다. 국수주의자들은 특히 정부가 석유·가스산업의 운영과 개발을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유화론은 민간이 운영하고 있던 에너지 시설을 압류해 국유화하는 정책으로 이어졌다. 1938년 석유기업들을 국유화한 멕시코가 국유화 바람을 주도했다.

예이츠 전 회장은 “당시 부의 분배에 대한 불만족이 남미의 국유화론을 촉발시켰다”며 “그러나 석유 등 자원 부국인 멕시코는 국유화 이후에도 국민 중 50%가 여전히 빈곤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남미 국가들은 석유·가스기업들이 탐사권과 채굴권을 갖도록 해 민영화의 모양새를 갖추기도 했지만 유전과 가스전은 정부가 그대로 소유하고 있다. 에너지기업들의 원유와 가스 판매대금도 국고로 귀속되거나 정부를 장악한 권력자들에게 돌아간다. 예이츠 전 회장은 “남미 자원 부국들의 에너지산업 정책이 일반 국민들의 삶에 변화를 주지 못하고 있어 정치·경제적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남미 자원 국유화, 빈부차 키워…미는 사유재산 보장해 셰일혁명"
미국 셰일혁명의 비밀

그러면서 예이츠 전 회장은 남미의 국유화 정책 폐해와 대조되는 미국 셰일혁명의 성공 비결을 설명했다. 2007년 이후 미국이 도입한 혁신적인 셰일가스·오일(지하나 해저의 퇴적암층인 셰일에 매장돼 있는 가스와 원유) 생산방식은 세계 에너지산업의 판도를 바꿔놨다. 미국은 수평시추와 같은 한때 상업화가 어려울 것으로 여겨졌던 첨단기술을 개발해 셰일가스와 오일을 생산하고 있다.

2007~2012년 미국의 전체 가스생산 중 셰일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5%에서 39%로 뛰어올랐다. 미국은 셰일가스 생산에 힘입어 세계 1위 가스생산국가였던 러시아를 지난해 따라잡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내년쯤엔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석유생산국 자리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예이츠 전 회장은 “민간 에너지기업들이 개발 경쟁 끝에 내놓은 혁신적인 기술도 주효했지만 미국의 셰일혁명은 정부가 사유재산권을 보장한 영향도 컸다”고 분석했다. 미국에선 정부의 간섭 없이 석유전이나 가스전을 민간이 소유한다. 한때 개발이 덜됐거나 버려졌던 많은 지역들에서 셰일유전이나 셰일가스전이 발견되면서 그 소유권을 보장받은 땅 주인들이 부를 거머쥘 수 있게 됐다.

빈곤 악순환을 깨려면

남미 자원 부국들은 다르다. 예이츠 전 회장은 “미국의 땅 주인들은 소유지에서 유전과 가스전이 발견되길 꿈꾸는 반면 남미 농부들은 유전이나 가스전 발견을 최악의 악몽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 땅의 지하자원 소유권을 거의 보장받지 못하는 남미의 땅 주인들은 쥐꼬리만한 시추 보상금만 받을 뿐”이라며 “그들은 거부의 꿈은커녕 오히려 시추로 인한 토지 피해, 주거지 파괴 등에 시달릴 것을 두려워한다”고 설명했다.

예이츠 전 회장은 결국 에너지산업의 진정한 민영화와 사유재산권 보장이야말로 남미의 빈부 격차를 줄일 수 있는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민간이 에너지산업을 떠맡도록 하고 개인의 지하자원 소유권을 인정하면 국민들의 전반적인 부도 증가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국민들의 부가 늘어나면 정치적인 힘도 커져 남미 국가들의 전체주의적 정권이 종말을 맞거나 힘이 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주의 지탱하는 힘은 빵집 주인의 이기심이다”

야론 브룩 미 아인랜드연 소장

"남미 자원 국유화, 빈부차 키워…미는 사유재산 보장해 셰일혁명"
야론 브룩 미국 아인랜드연구소 소장(사진)은 ‘몽펠르랭 소사이어티 2015 페루 리마 지역총회’ 주제 발표에서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을 인용해 “우리가 매일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는 건 빵집과 고깃집 주인의 자비심이 아니라 돈을 벌려는 이기심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인랜드연구소는 자유주의 경제를 전파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연구소다.

브룩 소장은 “개인의 이익을 챙기는 자본주의는 부도덕하고, 정의롭지 못한 것이란 관점이 자본주의가 이룩한 경제적 성공까지 왜곡시키고 있다”며 “그렇다고 자본주의가 공공의 선과 공익에 봉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안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자본주의는 국가나 타인의 간섭을 받지 않는, 이성적인 개인의 자유의지와 생존권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개인이 자유롭게 재산을 획득·보유·사용·처분할 수 있는 사유재산권 보장이 자본주의의 핵심 중 핵심이다.

그는 “자본주의는 근본적으로 사익을 추구하는 제도로 합리적인 이기심을 장려하고 보상하는 시스템”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자본주의의 적들은 이타심과 개인의 희생을 자본주의의 도덕적 기반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지적했다.

브룩 소장은 “공공의 선과 공익을 위한다고 개인의 희생을 과도하게 강요하면 자칫 ‘국가주의’로 흐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가주의는 개인의 이익보다 국가의 이익을 우선시한다. 그는 “국가(정부)는 개인의 권리를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들에 대항하고 응징하는 대리인 역할에 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