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비 없는 독일, 대학 진학률 40%…70% 허리 휘는 한국
게자 뮌하우젠 독일 연방직업교육훈련연구소(BIBB) 선임연구원의 사회 첫출발은 국책연구기관 박사급 연구원이 아니었다. 그는 고등학교만 졸업한 뒤 기업체 사무직으로 근무하다 뒤늦게 대학에 진학해 공부를 계속했다. 뮌하우젠 연구원은 지난해 한국경제신문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개최한 ‘FTA 인재포럼’에서 “독일은 학교와 기업을 연계한 직업교육시스템이 잘돼 있어 고교를 졸업하고 취직하는 사람이 많고 필요하면 나중에 대학에 진학한다”며 “독일의 20~29세 청년 실업률이 7.9%(2014년)로 유럽연합 평균인 23.7%보다 매우 낮은 이유”라고 말했다.

독일은 대학까지 모든 학비가 무료지만 학생들의 40% 정도만 대학에 간다. 비싼 학비를 내야 함에도 고졸자의 70% 이상(2008년 83.8%에서 지난해 70.9%로 하락)이 대학에 진학하는 한국과 매우 다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국가별로 학제가 달라 대학 진학률을 산출하지 않고 연령대별 고등교육(전문대 및 대학) 이수율(중도 탈락 포함)을 발표하고 있다. 독일의 25~34세 고등교육 이수율은 2012년 기준 29%로 OECD 평균(39%)과 한국(66%)에 비해 매우 낮다.

독일은 초등학교 1~4학년 성적을 토대로 대학 진학을 위한 인문계 학교(김나지움) 진학자와 실업계 학교 진학자로 나뉜다. 2010~2011년 초교 졸업자 73만8700여명 중 39%가 김나지움에 진학한 것으로 집계됐다. 초교 5~6학년 때 10~15% 정도가 진로를 바꾸기는 하지만 대체로 40%만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다.

독일 학부모들은 자녀가 실업계 학교로 진학이 결정돼도 대체로 수긍한다. 독일학술교류처(DAAD) 관계자는 “독일 역시 대졸자라도 인문계면 취업하기 쉽지 않은 데다 임금 수준이 고졸과 대졸의 차이보다는 각자가 가진 기술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도제식 교육을 통해 기업과 학교가 기술자를 육성하고 마이스터(명장·明匠)가 되면 사회적 존경을 받는 문화도 한국과 대조적이다. 한국 학생들이 연평균 666만여원의 비싼 등록금을 내며 대학에 가려 하는 것은 ‘고졸로는 결혼도 못한다’는 등 차별이 심하기 때문이다.

물론 독일도 부모가 대졸자인 학생의 83%가 대학에 진학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23%만이 진학하는 등 ‘교육 격차의 대물림’ 현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일부 학부모는 학업 능력과 상관없이 자녀를 대학에 보내려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일부 학부모의 ‘치맛바람’에 대한 독일 정부의 대응은 한국과 사뭇 다르다. 독일연방교육연구부는 지난 1월 “독일의 성공적 직업교육은 국제적으로 알려진 독일 대표 교육정책이며 미래 전문 인력 보장을 위해 앞으로도 사회 전반이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또 연방정부와 경제계, 노동조합은 ‘직업교육과 평생교육을 위한 새로운 동맹(neue Allianz fuer Aus und Weiterbildung)’을 결성하고 “직업교육을 원하는 청소년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원복 덕성여대 총장은 “독일은 대학 등록금이 공짜인데도 진학률이 40%대인데 비해 한국은 비정상적으로 높다”고 말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