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곳, 상징적인 곳에 나가겠다" 오세훈, 내년 총선 출마 첫 공식 표명
오세훈 전 서울시장(사진)은 내년 4월 예정된 20대 총선 출마설에 대해 “굳이 부인하지 않겠다. 피하려고 하지 않겠다”고 3일 말했다. 오 전 시장은 이날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4·29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끝나면 올 하반기에는 정치적으로 큰 행사가 없기 때문에 조용히 지내면서 정치 재개 구상을 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오 전 시장이 내년 총선 출마를 공식화한 것은 처음이다. 본격적으로 정치를 재개하겠다는 뜻이다. 오 전 시장은 4·29 서울 관악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선 오신환 새누리당 후보 지원에 나선 것을 계기로 정치를 재개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는 “총선과 관련해 국민경선제를 시행할지 여부 등 당 차원의 룰이 정해지지 않았고, 지역구 조정 작업도 남아 있어 어느 곳에 출마할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장까지 지냈다. 쉬운 지역구에 가서 ‘이지 고잉(easy going·적당히 하는 것)’ 할 생각은 없다”며 “어려운 곳, 상징적인 곳에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이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에 출마할 것을 권유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오 전 시장은 부인했다. 그는 “정 전 의원을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으로 그런 얘기를 나누지는 않았다. 와전됐다”고 했다. 그는 “특정 지역에 가서 특정 정치인을 겨냥해 맞대결하는 식으로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측에서 최고위원을 맡아달라고 제의했다는 설에 대해서도 그는 부인했다.

오 전 시장은 2011년 무상급식 확대 여부를 놓고 투표하면서 시장직을 걸었던 것에 대해 “정치적 실수였다”며 “열 번, 스무 번 참회해도 모자랄 판”이라고 했다. 그는 “내가 시장에서 물러난 뒤 벌어진 일(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에 대해 나를 찍었던 유권자들에게 죄송할 따름”이라며 “후회를 안 하면 정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오 전 시장은 2011년 8월 무상급식 범위 확대에 관한 주민투표 시행 당시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을 비롯한 좌파진영은 전면 확대를, 오 전 시장은 소득 하위 50% 가정 학생에 대한 선별적 급식을 제안했다. 주민투표 유효 투표율이 33.3%에 미치지 못하면서 투표함 자체를 열지 못했다. 주민투표에 정치적 생명을 걸었던 오 전 시장은 시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중·장기 자문단 일원으로 페루(6개월)에 이어 르완다(6개월)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한 뒤 지난 1월 귀국했다.

오 전 시장은 “외국에 오래 갔다 왔기 때문에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해 조금 어둡다”며 “고려대 공학대학원 석좌교수를 맡았다. 올 상반기 중 융복합연구원을 만드는 것을 구상하고 있다”고 근황을 소개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