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럽학회 등이 3일 서울 한국외국어대에서 연 ‘한·유럽 경제협력의 현주소 평가와 전망’이란 주제의 춘계 학술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토론하고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한국유럽학회 등이 3일 서울 한국외국어대에서 연 ‘한·유럽 경제협력의 현주소 평가와 전망’이란 주제의 춘계 학술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토론하고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폴란드,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등 중부유럽 4개국을 뜻하는 ‘비셰그라드 그룹(V4)’에서 연간 300억유로(약 35조7000억원) 규모의 사업 수주 기회가 한국 기업에 열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한국 기업이 국내 조달 실적을 V4에서도 동일하게 인정받게 되면서다. V4는 EU로부터 사회간접자본(SOC) 구축 사업 등을 위해 해마다 300억유로를 지원받는다. 이 돈이 투입되는 사업은 모두 공개입찰을 통해 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

한국유럽학회와 한국외국어대-현대경제연구원 EU센터가 3일 ‘한·유럽 경제협력의 현주소 평가와 전망’을 주제로 서울 이문동 한국외대 오바마홀에서 개최한 춘계학술대회에서는 V4 시장과 한국 기업의 진출 기회에 대해 분석과 논의가 이뤄졌다. 이 학술대회는 한국경제신문과 산업통상자원부가 후원했다. V4의 인구는 6400만여명이며 국내총생산(GDP)은 9569억달러(2013년 기준)로 EU 내 GDP 비중은 5.4%다.

이철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유럽팀 전문연구원은 발표에서 “지금까지 한국 기업들의 V4 수주 실적이 세 건에 불과할 정도로 V4 공공조달 사업 시장은 불모지나 다름없었다”며 “한·EU FTA에 따라 EU 기금을 받아 추진하는 V4의 모든 공공조달 사업 입찰에서 한국 기업이 국내 실적을 인정받을 수 있는 만큼 수주 경쟁력이 크게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EU 기금이 투입된 V4의 인프라 구축 사업 규모는 전체 정부 예산의 10%에 이른다. 폴란드의 경우 2012년 정부 예산 1610억유로(약 190조원) 가운데 157억유로가 EU 기금이다. 같은 해 헝가리의 정부 예산 내 EU 기금 비중은 8.9%(42억유로), 슬로바키아와 체코는 각각 8.5%(23억유로)와 6.6%(45억유로)였다. 한국과 EU는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GPA)에 가입했기 때문에 한국 기업이 V4에서 내국민 대우로 정부조달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한국 기업이 공략할 수 있는 분야로는 철도 현대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구축 등 환경과 정보통신기술(ICT) 분야가 꼽혔다. 서대성 한국외대 교수는 “한국 기업들의 강점인 ICT를 잘 이용하면 충분히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며 “ICT를 접목한 에너지 개발이나 통신망을 구축하는 사업도 유망하다”고 조언했다. 한국 기업이 수주한 세 건의 프로젝트 사업 가운데 두 개가 KT 등이 폴란드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 사업이었다. 서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발전이 더딘 에너지 고효율화 분야를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이승근 한국유럽학회장은 “V4는 유럽에서 서부 발칸지역과 동부 카프카스지역의 무역 허브 역할을 하게 될 요충지”라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