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노총 "노사정委서 빠지겠다"
노동시장 구조 개선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이 결렬 위기에 봉착했다.

노동계를 대표하고 있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3일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등 수용이 불가능한 5대 조항을 철회하지 않으면 노·사·정 대표자 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4시로 예정됐던 김대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과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참석하는 대표자 회의는 열리지 못했다. 향후 논의 일정도 잡지 못했다. 한국노총의 5대 조항 철회 요구를 정부와 경영계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결렬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대환 위원장은 오후 6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사용자와 정부 대표자에게 한국노총이 제시한 사안에 전향적인 안을 갖고 참석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먼저 안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것은 진정한 협상 태도에서 벗어나 있다”고 지적했다.
한노총, 노·사·정 대표자 회의 불참 통보

노총 내부서 합의안 거부…"사실상 결렬 수순 밟기"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어제 밤 12시 넘어까지 대표자들이 계속 논의했지만 오늘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며 “한국노총이 (조건부로) 불참을 통보했으나 노동시장 구조 개선 논의 자체가 깨진 것은 아니고 대화를 재개해 남은 쟁점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정위는 당초 이날 최종합의문을 발표한다는 계획이었다. 지난달 30일부터 나흘간 비공개로 열렸던 대표자 회의를 이날 정부서울청사 노사정위원장실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변경하고 2일 밤까지 논의를 최종 조율해 합의문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3일 새벽 1시까지 계속된 대표자 회의에서는 김동만 위원장이 한국노총 조직원들을 설득해보겠다는 수준에서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 오전 한국노총 임원 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합의한 타협안은 ‘거부’당했고, 노사정위에 ‘조건부 불참’을 통보했다. 노사정위의 수차례 재고 요청에도 김 위원장은 응하지 않았다.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은 “노총이 수용할 수 없는 5대 조항을 정부와 경영계가 철회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노·사·정 대표자 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에는 변함이 없다”며 “정부와 경영계가 요구한 5대 조항은 노총 입장에선 ‘독이 든 사과’”라고 주장했다. 한국노총이 내건 5대 수용 불가 조항은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비정규직 사용 기간 연장 및 파견 대상 업무 확대,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 단계적 시행 및 특별 추가 연장, 정년 연장 및 임금피크제 의무화, 임금체계 개편 등이다. 이기권 고용부 장관은 “노총에서 전향적인 안을 내라고 하는데, 정부는 수용 불가 조항을 받아들여 수정안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조율하자는 입장”이라며 “청년 고용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대의를 생각해 조속히 대화가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원 경총 회장은 “이번 대타협은 노사가 대립하는 상황이 아니라 노·사·정이 힘을 모아 청년 고용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기 위한 것인 만큼 노동계도 대승적인 자세로 임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앞서 3월 대타협 시한까지 합의문을 내지 못할 경우 사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던 김대환 위원장은 “수학적 시간을 지키지 못했으니 바로 사퇴하는 방안도 고민했으나, 대표자들의 논의가 진전되고 있는 시점에 즉시 사퇴하는 것은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방기하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지금 운행 중인 대타협 자동차가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해 주차를 마치면 사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