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용쇼크…더 멀어진 '6월 금리 인상論'
미국의 강력한 경기 회복세를 보여주던 고용시장 랠리가 12개월 만에 꺾였다. 미국 달러화 강세와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해 미국 경제도 안심할 수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고용지표마저 부진하게 나타나면서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올 하반기 이후로 멀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미 노동부는 3일 지난달 비농업 부문 고용이 12만6000명(계절조정치)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였던 24만8000명을 대폭 밑돌았다. 2013년 12월 이후 최저다.

작년 2월 이후 12개월 연속 이어지던 월 20만명 이상 신규 고용 기록도 멈췄다. 월 20만명은 Fed가 고용시장 회복을 가늠할 때 기준으로 삼는 숫자다. 건설과 광산, 제조업, 공공 서비스 부문에서 고용이 줄었다. 특히 광산 부문 중 원유와 천연가스 관련 고용은 1만1000명 줄었다. 올 들어서만 3월까지 총 3만명이 감소했다.

지난 2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당초 29만5000명 증가에서 26만4000명 증가로 수정됐다. 지난 1월은 당초 23만9000명 증가에서 20만1000명 증가로 하향 조정됐다. 이로써 올 1분기 월간 평균 고용은 19만7000명 늘었다. 작년 4분기 32만4000명보다 낮다.

신규 일자리는 물론 시간당 임금상승률도 전년 동기 대비 2.1%에 그치는 등 약세를 보였다. 실업률은 5.5%로 전월과 같은 수준을 보였지만 노동시장 참여율이 하락하면서 유지된 숫자일 뿐 고용시장 안정세로 보기 어렵다는 게 월스트리트저널의 분석이다.

최근 미국 달러화 강세와 국제유가 하락으로 지난해 이후 강한 회복세를 보이던 미국 경제의 각종 경기지표가 기대치에 못 미치면서 미국이 일시적인 경기침체 국면인 소프트패치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미 공급관리협회(ISM)의 3월 전국 제조업활동지수는 51.5로 전달 52.9는 물론 시장 예상치였던 52.5보다 낮게 나왔다. 2013년 5월 이후 최저다. 이에 따라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와 바클레이즈 등은 미국의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1% 초반으로 대폭 내려 잡았다.

Fed의 기준금리 시점도 올 하반기 이후 또는 연말로 대폭 늦춰질 전망이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내에서도 조기 기준금리 인상 요구가 약화될 전망이다. 지난달 FOMC 회의에서 “통화정책 정상화에 인내심을 발휘한다”는 문구가 삭제돼 시장에서는 이르면 4월 기준금리 인상이 논의돼 6월에 첫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블룸버그통신은 “Fed가 소비자물가지수와 함께 기준금리 인상의 기준 지표로 삼는 월간 고용 동향이 기대치를 훨씬 밑돌면서 사실상 상반기 인상은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재닛 옐런 Fed 의장은 최근 “하반기에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물가상승률이나 임금 상승세가 약화되면 인상을 보류할 수도 있다”고 했다.

김은정 기자/뉴욕=이심기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