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브랜드 수입에만 급급한 의류회사들
주요 패션 기업들이 해외 브랜드의 국내 판권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자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어가는 브랜드 개발 대신, 해외 브랜드 도입을 통해 수익률 개선에 치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존 토종 브랜드 중 ‘되는 브랜드’에만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고 대신 해외 브랜드를 다양하게 갖춰 안정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5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LF·신세계인터내셔날·SK네트웍스·한섬 등 4개 주요 의류회사의 해외 브랜드 비중은 60~80%대(브랜드 수 기준)다. 연매출 1조원대 LF는 지난해 까르벵 요시삼라 닷드랍스 콜한을 들여온 데 이어, 지난달 미국 여성복 브랜드 캐서린말란드리노, 독일 신발 브랜드 버켄스탁의 국내 판권을 잇따라 확보했다.

반면 자체 브랜드 출시는 부진하다. 지난해 아동복 헤지스키즈를 내놨을 뿐 최근 3년 동안 새로 선보인 여성·남성복 브랜드는 없다. 2006년 론칭한 토종 여성복 모그도 수익성이 부진하자 최근 백화점에서 철수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도 수익의 대부분을 해외 브랜드에 기대고 있다. 지난달 10일에는 이탈리아 의류·잡화 브랜드 알테아의 국내 판권을 확보했다.

한섬은 지난해 발리 등 6개 브랜드에 이어 최근 미국 의류 브랜드 쥬시꾸뛰르의 보급판인 버드바이쥬시꾸뛰르의 국내 독점 계약권을 따냈다. 한섬은 지난해 2월 토종 잡화 브랜드 덱케를 론칭했지만 의류 브랜드로는 올 9월 선보이는 더캐시미어가 시스템옴므 이후 7년 만의 신작이다.

SK네트웍스는 지난달 27일 미국 캐주얼 브랜드 아메리칸이글아웃피터스, 이탈리아 남성복 브랜드 까날리를 동시에 들여왔다.

주요 의류 기업이 해외 브랜드를 들여오는 데 열을 올리는 것은 위험 부담이 작기 때문이다. 한 의류업계 관계자는 “토종 신규 브랜드 하나를 만들거나 시장에 안착시키려면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간다”며 “경기 여건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모험을 하기보다 백화점 등에 입점하기 쉬운 검증된 해외 브랜드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유니클로·자라 등 해외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에 국내 중저가 의류 시장이 사실상 잠식된 것도 이유로 꼽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신규 브랜드를 내놨다가 매출로 이어지지 않으면 자칫 기업 자체가 휘청거릴 수 있다”고 말했다. 토종 의류 브랜드 코데즈컴바인은 한때 매출 2000억원을 돌파했으나 최근 3년 연속 영업손실을 입었다. BNX·탱커스 등을 산하에 둔 토종 의류 기업 아비스타는 경영난으로 2012년 중국 디샹그룹에 인수됐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