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방이동 한미사진미술관에 전시된 로버트 카파의 1951년작 ‘바스크 마을의 축제’. 매그넘포토스 제공
서울 방이동 한미사진미술관에 전시된 로버트 카파의 1951년작 ‘바스크 마을의 축제’. 매그넘포토스 제공
2006년 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의 프랑스문화원 구관 지하창고에서 나무상자 하나가 발견됐다. 상자에는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로버트 카파 등 세계적인 보도사진가 그룹 ‘매그넘 포토스’의 창립자를 포함한 초창기 회원 8명의 작품 83점이 들어 있었다. 1955년부터 이듬해까지 오스트리아 5개 도시에서 ‘시대의 얼굴’이라는 이름으로 전시회가 열린 뒤 창고에 들어가 잊혔던 것이다.

이 사진들이 4일 한미사진미술관에서 개막된 ‘매그넘스 퍼스트’에서 국내 처음으로 공개됐다. ‘매그넘 포토스’는 6·25전쟁이나 인도 기근, 베를린 장벽 붕괴 등 전 세계의 역사적 현장을 취재해온 보도사진가 그룹이다.

전시장에 들어가면 액자 한쪽으로 치우쳐 붙어 있는 사진들이 눈에 띈다. 50년 전 전시에 쓴 뒤 비뚤게 잘린 나무판을 그대로 뒀기 때문이다. 역사를 보여주는 것은 액자뿐만이 아니다. 브레송이 남긴 간디 연작에서는 간디 암살 전 그의 마지막 모습과 장례식 현장을 볼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것도 특징이다. 전설적인 전쟁사진가 카파의 작품이 그렇다. 전장 대신 프랑스와 스페인 경계에 있는 바스크 지역 마을 축제를 찾았다. 한데 모여 즐거움을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는 다른 카파의 새로운 시선을 알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후 피란민의 삶을 취재한 것으로 유명한 베르너 비숍도 마찬가지다. 페루와 캄보디아, 헝가리 등지에서 보통 사람들의 전통적인 일상을 담았다. 특유의 차분한 시점으로 삶의 순간순간이 갖는 예술성을 드러낸다.

매그넘 포토스의 이념처럼 ‘사진 한 장을 통해 당시 사회의 모습을 전달하는’ 작품도 있다. 잉게 모라스가 찍은 런던 연작은 당시 런던 소호와 메이페어 근처에서 생활하는 상류층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다. 모피를 입은 귀부인과 운전기사, 화려한 옷을 걸친 한 여성과 옷가게 점원 사이의 대조가 당시 사회의 보수적 분위기를 보여준다. (02)418-1315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