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들의 수다] 김희애, “[한국판]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편집장 역할? 좋죠”
#Endless Aura

[스타미디어팀] 사상가 발터 벤야민은 “예술 작품은 아우라를 갖는다”고 말했다. 벤야민은 더 나아가 “아우라란 새벽에 길을 떠났을 때, 저 멀리 교회 종탑 위에 빛나는 별을 바라보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김희애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그리고 고고한 분위기가 인터뷰 한마디 한마디에 묻어 나오는 것처럼 말이다.

2차원의 직사각형으로 창조해낸 3차원 도형인 뫼비우스의 띠는 같은 면으로 걸어가는 것 같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 겉과 속을 모두 번갈아 도는 신비로운 원리를 가지고 있다. 활자로 태어난 2차원의 캐릭터에 숨을 불어 넣는 것은 김희애의 연기다. 그를 통해서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며 화면 너머로 감정을 공유하는 존재로 다시 태어난다.

띠의 끝과 끝을 맺었을 뿐인데 뫼비우스의 원리가 가져온 깨달음은 굉장하다. 30년이 넘는 긴 시간을 연기자의 길을 걸어온 김희애는 연기가 녹아있는 뫼비우스의 띠가 절대 풀릴 수 없도록 매듭을 짓는 내공을 갖췄다.

김희애는 1986년에 스무 살의 나이로 60대를 연기했고, 2014년에는 47세의 나이로 28세의 청년과 19년의 나이차를 뛰어넘는 사랑을 연기했다. 절대적인 시간마저 거스르는 배우 김희애. 너른 꽃잎으로 숨을 쉬고 존재감이 절대 시들지 않을 배우는 결코 다섯 손가락을 넘지 않을 것이다.
[스타들의 수다] 김희애, “[한국판]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편집장 역할? 좋죠”
#Honor of ONE

신화적인 감독들은 자신의 뮤즈가 된 배우들에게 ‘위대한 배우’라는 수식어로 배우에 대한 존중을 표한다. 김희애의 대상 수상작 <아들과 딸>을 연출한 장수봉 감독은 과거 한 인터뷰에서 김희애는 작품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연출자의 요구를 정확히 풀어내는 영리한 배우”라며 “김희애의 연기는 자로 잰 듯 완벽하다”고 치켜세웠다.

이런 점에서 김희애는 누구보다 글로벌하다. 영화 <색, 계>의 이안 감독은 파격적인 스토리를 입은 히로인 탕웨이를 “연약해 보이지만 누구보다 강인한 내면을 가진 대단한 배우”라고 호평했고, 2014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케이트 블란쳇은 걸작 <블루 재스민>의 우디 앨런 감독에게 “그녀의 연기는 볼 때마다 황홀했다”는 극찬을 받았다.

김희애가 대표하고 탕웨이와 케이트블란쳇이 포함된 이 여배우 군단의 공통점을 짧은 문장으로 요약할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이 탁월한 연기력은 기본, 화려한 수식어구 없이 자신의 연기 영역을 구축했다는 점이 그들을 최고의 배우로 불리게 하는 가장 근본적인 조건이다.

배우는 몸 하나로 예술을 한다는 말이 있어요. 김희애에게 딱 맞는 말이 아닌가 싶은데요. 별로 와 닿지 않아요. 그런 말을 들으면 도리어 약간 예민해지는 편이죠. 어떤 일이든지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하면 칭찬이 따르는 것이 인생의 순리에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배우들도 자기의 삶을 살다가 조용히 가는데 ‘나 아티스트다’ 하는 건 시쳇말로 좀 오그라드네요.

그렇다면 김희애가 생각하는 배우의 자질이 있나요? 배우는 인간의 면면을 보여주고 보통의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 숙명이에요. 그러기 위해서는 성숙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고요. 배우들 사이에서도 조금 덜 성숙한 사람들이 있어요. 저 역시도 제가 특별한 사람이라 믿었던 때가 있었죠. 세월을 많이 살면 자연스레 성숙해지기 마련이에요.

한국에 김희애가 있다면 할리우드에는 케이트 블란쳇이 있다고 하죠. 제가 실제로 가장 좋아하는 배우가 케이트 블란쳇이에요. 그가 나온 <블루 재스민>을 너무 재미있게 봤거든요. 정말 좋은 작품에서 저런 연기를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겠다고 생각했었어요. 운이 좋게도 작년 광고 행사장에서 그를 만날 기회가 있었어요. 그 때 <블루 재스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자기도 그 작품을 하면서 너무 좋았다면서 우디 앨런 감독과 정말 행복했었다고 전해주더라고요.

중년 여배우의 톱을 지키는 두 배우. 무척 닮았을 것 같아요. 케이트 블란쳇은 소탈함 속에 비범함이 있는 배우였어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니까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굉장히 평범하더라고요. 그런 평범함 속에서 세계를 놀라게 하는 연기가 뿜어져 나오니 그 모습이 더 비범하게 느껴졌어요. ‘정말 훌륭한 배우는 지극히 노멀한 애티튜드를 가지고 있구나’를 피부로 알게 해준 배우에요.

호흡을 맞춘 남자 배우 중에서는 밀회의 파트너 유아인이 단연 강렬했어요. 그 친구를 정말 좋아해요. 너무 연기를 잘 하는, 인물이에요 완전. 순간적인 집중력도 좋고 확실한 연기를 보여주니까 믿음직스럽고요. 후배와 연기를 하는데도 너무 편하고 오히려 제가 더 자극을 받았어요. 유아인은 좋은 감독을 만나면 세계적인 배우로 성장할 수 있는 배우에요. 그의 앞날을 누구보다 응원해요.

김희애가 연기한 수십 개의 캐릭터는 머릿속에 그것을 늘어놓기 쉽지 않을 만큼 다양하다. 하지만 그 중심은 단 하나의 김희애가 있을 뿐이고 그의 존재는 캐릭터를 떠올릴수록 명확한 것이 사실이다.

인생은 무대라는 말이 있죠. 셀 수 없이 많은 무대에 오르며 얻게 된 ‘김수현의 페르소나’라는 수식어는 남다를 것 같아요. 영광스러운 수식어죠. 뭉클하기도 하고. 김수현 선생님 작품은 말 그대로 ‘작품’이에요. ‘내 남자의 여자’에서 파격적인 역할을 소화할 수 있었던 것도, ‘부모님 전상서’에서 대가족을 이룬 모든 배우가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대본에 녹아있는 김수현 선생님의 힘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김희애가 나무라면 완전하게 뿌리를 내린 고목이라 말하겠어요. 그런 김희애를 흔들어놓은 작품이 있나요? 영화 <블랙스완>이요. (이 영화를 대답하기까지 김희애는 단 1초의 고민도 없었다) 배우들은 작품을 보면서 쉽게 이입하지 못해요. 즐기기 보다는 ‘왜 저렇게 대사를 했지?’ 또는 ‘왜 저기서 저런 표정을 지었을까?’하죠. 하지만 <블랙스완>을 보고 나서는 달랐어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데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겠더라고요. 주인공을 연기한 나탈리 포트만에게 정말 깊게 감정이입이 됐어요. 제가 할 수 없는 역할이라 생각하면서 봤지만 큰 인상을 받았죠.

김희애만의 매력이 해외에서도 충분히 통할 거에요. 실제로 작년엔 구름 같이 모여든 팬들이 상해 푸동 공항을 마비시키기도 했었죠. 좋은 시놉시스가 있다면 당연히 외국을 향할 의향이 있어요. 하고 싶은 감독도 있는걸요.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가진 이안 감독.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색계’부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다관왕을 차지한 ‘라이프 오브 파이’, ‘헐크’, ‘와호장룡’까지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는 감독이라 좋아해요. 동양 분이 미국에서 생활을 해서 그런지 동서양이 믹스된 신선한 작품을 많이 하더라고요. 제안이 온다면 정말 좋겠네요.
[스타들의 수다] 김희애, “[한국판]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편집장 역할? 좋죠”
#Eternal Actress

카메라 속에서 동경의 삶을 사는 김희애는 뭇 여성들이 바라는 여인의 초상. 정을영 PD, 안판석 PD, 김수현 작가, 황인뢰 감독, 정성주 작가 등 대한민국 영화, 드라마 계를 이끄는 그들이 앞다투어 김희애를 찾았다.

<부모님 전상서>의 안성실, <내 남자의 여자> 이화영, <밀회>의 오혜원이 모두 그랬다. 김희애가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시상식에 등장할 때면 레드카펫은 신(神)계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하늘의 섬광이었다.

그래서 김희애는 이번 화보에서 여신의 모습을 아우르기로 했다. 우아한 자태와 고혹한 아우라가풍기는 김희애의 자태는 보는 이를 황홀경에 빠지게 하는 미의 여신, 그 자체였다. 미모로 보나 그가 풍기는 이지적인 분위기로 보나 프로다운 애티튜드로 보나 여성들의 워너비를 표현하는 데에 김희애보다 더 적격인 배우는 없었다.

도도하고 콧대 높은 여배우의 이미지는 ‘꽃누나’로 진작에 깨진 것 같아요. 오늘 촬영도 마찬가지였고요. 저 역시 낯을 가려요. 그렇다고 해서 무뚝뚝하게만 있으면 누군가는 저를 신경 쓰게 되겠죠. 예전에는 누군가가 다가와서 사인을 부탁하면 ‘내 사인을? 대체 왜?’라고 생각하며 거절했어요. 그 말이 상대방을 굉장히 계면쩍게 할 수도 있음을 이제는 알아요. 일을 할 때든, 아닐 때든 함께 있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요.

몸을 가꾸는 것뿐만 아니라 그 또한 자기관리라 할 수 있겠네요. 30년이 넘도록 해온 일상이지만 버거울 때도 있을 것 같아요. 맞아요. 하지만 그렇게 노력해서 잡은 기회가 빛을 발할 때 느끼는 카타르시스는 어마어마한걸요. 이 나이에 화장품 광고도 하고 있고 19살 어린 친구랑 사랑 연기도 하는데 관리를 소홀히 하면 천벌 받지 않겠어요?(웃음) 여기서 가장 분명한 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거죠.

할리우드 배우들은 작품을 위해서 자신의 몸을 과감히 버리기도 해요. 그것도 다른 차원의 자기관리죠. 할리우드 스타 중에서 크리스찬 베일이 기억에 남아요. ‘아메리칸 허슬’에서는 살을 20kg정도 찌워서 배불뚝이 아저씨로 변신했어요. 배가 나온 모습이 오히려 흔들림 없는 연기력을 대변한 것 같았어요. 굳건한 자신감이 그대로 묻어나더라고요.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그의 열기가 와닿았어요.

나이를 잊은 완벽한 몸매와 함께 ‘김희애 패션’은 고유명사가 될 정도로 많은 이의 입에 오르내려요. 드라마 한 편을 하고 나면 옷을 굉장히 많이 입게 돼요. 수많은 디자인과 수만 가지의 컬러를 입어봐요. 들지만 그만큼 공부가 되는 것 같아요. 어느 옷이 내 몸에 가장 잘 맞고 어떤 컬러가 내 얼굴을 화사하게 밝혀줄 수 있는지에 대한 정답을 찾는 데에는 직접 입어보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어요.

그런 노력의 결과인가요. 여성들의 워너비 아이콘이 되었어요. 예전에는 ‘배우가 연기만 잘하면 되지’라고 생각했어요. 지금처럼 패션에, 그리고 보여지는 것들에도 신경을 쓰게 될 줄은 몰랐죠. 하지만 평상시에는 여전히 똑같아요.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지금과는 정 반대죠.

이 역할이라면 바로 도전하겠다고 생각해둔 캐릭터가 있나요? 편집장 역할. 참 재미있을 것 같아요. 미국이나 프랑스에는 편집장을 소재로 한 영화가 많잖아요. 아직 한국에는 패션계의 이야기를 정통으로 다룬 작품이 없는 것 같아서 한국판으로 아주 카리스마 있고 세련된 편집장을 만들고 싶어요.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캐릭터로 국민적인 사랑을 받아온 김희애.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보고 한국판 편집장이 없어서 아쉬웠다는 그의 말에서 이전에는 없던 파격적인 역할의 선구자가 다시 한번 빛을 발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드레스를 입는 경우는 정말 드물죠? 미국 드라마에서는 T.P.O에 맞게 휘황찬란한 드레스도 많이 입어요. 우리 드라마에서도 이런 드레스를 입으면 얼마나 좋을까”

미국의 유명 칼럼니스트 캔디스 부시넬은 “보이는 것 이상의 것을 얻으려면 그 전략 이면에 반드시 자신감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캔디스 부시넬이 말한 ‘그 전략’은 쾌활하고 즐겁게 사람을 끄는 매력 또는 팜므파탈적인 카리스마로 대표되는데 김희애는 이 모든 것을 갖추었으니 ‘이상의 것’을 뛰어넘어 ‘궁극의 것’을 쟁취하는 배우라 말할 수 있겠다.

만약 누군가가 과감하면서도 우아하게 드레스의 끝자락까지 소화하고 있다면 그것은 바로 김희애일 것. 그가 쌓아놓은 근사한 신뢰가 품격의 장면을 만들어낼 것이라 생각된다. 감히 예상치도 못했던 과감한 도전을 이야기하는 김희애. 역시 여신(女神)의 존재감은 남달랐다. (사진출처: bnt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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