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12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오페라 ‘아이다’의 주연을 맡은 테너 홍성훈 씨와 아이다 역의 소프라노 올가 로만코.
오는 10~12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오페라 ‘아이다’의 주연을 맡은 테너 홍성훈 씨와 아이다 역의 소프라노 올가 로만코.
본고장(이탈리아)에서 오페라를 배우겠다며 혈혈단신 한국을 떠난 성악도가 14년 만에 국내 데뷔 무대에 오른다. 오는 10~12일 수지오페라단이 제작해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에서 라다메스 역을 맡는다. 이만하면 ‘금의환향’이라 할 만하다. 주인공은 라 스칼라, 파르마 등 이탈리아 명문 극장뿐 아니라 세계 주요 오페라 무대에서 주역으로 활약하는 테너 홍성훈 씨(43·프란체스코 홍)다. 서울 시내 한 호텔 커피숍에서 만난 그의 눈빛은 담담하면서도 첫 고국 무대에 기대감과 부담감이 교차하는 듯 순간순간 흔들렸다.

“‘아이다’는 이탈리아 오페라의 기둥인 베르디 작품 중에서도 백미로 꼽힙니다. 아이다의 라다메스 역을 처음 맡은 데다 국내 오페라 팬들에게 처음 인사하는 무대인 만큼 특별할 수밖에 없어요. 최선을 다해야죠.”

그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성악에 소질이 있었다. 교회 성가대와 교내 합창부에서 칭찬을 끊임없이 받았다. 무엇보다 노래를 부를 때마다 어린 나이인데도 진지해지는 것이 스스로 신기했다.

“성악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겠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렸지만 강한 반대에 부딪혔어요. 주변에 비슷한 길을 걷는 지인이 없어 낯설게 여기셨던 것 같습니다. 돈 한푼 지원받지 못하고 혼자 공부해야 했어요.”

그는 2001년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날 때까지만 해도 오늘날처럼 유럽 무대에서 주목받는 테너가 될 줄 몰랐다고 했다. 기회는 갑작스레 왔다. 유학 생활 4년째이던 2004년 이탈리아 비오티 국제콩쿠르에서 1등을 했다. 이를 계기로 세계적 지휘자인 대니얼 오렌 앞에서 오디션을 볼 기회가 주어졌다. 오렌과의 만남이 그에게는 ‘천운’이었다.

“(오렌이) 오디션장에서 리골레토의 아리아를 불러 보라고 했어요. 일부러 가장 어려운 곡을 불렀습니다. 오렌은 나중에 ‘쉬운 곡을 택할 줄 알았다’며 놀라워했어요.”

홍씨의 목소리에 매료된 오렌은 그해 이스라엘 필하모닉 콘서트에서 그에게 테너 주역을 줬다.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극장의 하반기 오페라 4개의 주역도 통째로 맡겼다. 오렌뿐 아니라 세계적 거장 주빈 메타와 로린 마젤도 그의 가치를 알아줬다. 2008년 빈 국립오페라극장에서 메타가 지휘하는 베르디 오페라 ‘운명의 힘’에 출연했고 2010년 마젤이 지휘봉을 든 광저우 오페라극장 개관 기념 공연 ‘투란도트’의 주인공 칼라프 왕자를 맡았다.

‘개선행진곡’으로 유명한 ‘아이다’는 사랑과 배신, 질투와 죽음까지 소용돌이치는 인간적 감정을 여과 없이 느낄 수 있는 대작이다. 홍씨는 “주인공들의 감정선(線)이 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면 풍성하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라다메스는 사랑을 위해 나라까지 배신할 수 있는 남자예요. 부와 명예를 가질 기회를 저버리고 사랑에 흔들리는 섬세한 배역이죠. 장군이어서 남성적인 부분도 있지만, 섬세한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