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 자소서 어떻게
경험을 인재상과 연결해야…문제해결력 돋보이면 유리
3회 심층면접 대비는
'고난 극복과정' 논리 갖춰야…평소 궁금했던 점 물어도 좋아
'신의 직장' 안부러운 복지
1주일에 한 번 재택근무…출산 후엔 최장 1년 휴직
P&G는 직원과의 소통이 뛰어난 기업으로 알려졌다. 그래서인지 인터뷰에 나온 한국P&G 직원들도 가장 많이 쏟아낸 단어가 소통, 존중, 포용, 다양성, 리더십이었다. 이 회사 인사부(HR)에는 다양성과 포용성 담당 직원이 있을 정도다. 김하영 채용담당자(24)는 “P&G는 개인의 독창적인 생각, 개성을 존중하는 다양성과 포용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실천하는 회사”라고 자랑했다.
2010년 입사 후 줄곧 HR업무를 담당한 손경림 매니저(30)는 P&G만의 독특한 복지시스템을 들려줬다. 그는 “1주일에 한 번 집에서 근무할 수 있는 재택근무, 오전 8~10시와 오후 5~7시 자율출퇴근, 출산 후 최장 1년간 육아휴직제를 남녀 구분 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올 1월 입사한 정유환 마케팅팀 사원(26)은 “직원 간 수평적 소통을 위해 지정 좌석이 없다”며 “사장실도 별도로 폐쇄된 공간이 아니다”고 말했다. 사내 마사지룸은 피로에 지친 직원들의 휴식공간이 되기도 한다.
한국P&G의 매니저급 직원 30%는 해외근무 경험이 있다. 권영민 영업기획 채널전략 차장(32)은 “해외지사에 공석이 생기면 논의를 거쳐 해외근무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능력만 되면 세계 어디서든 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직원 간 호칭도 ‘OO님’으로 한다. 여성 임원 비율도 30~40%로 높다. 이수경 한국P&G 사장은 내부승진 원칙에 따라 대표에 올랐다.
페브리즈, 질레트, 다우니, 오랄비 등 브랜드 제품으로 유명한 한국P&G에서 ‘P&G 인재상’에 맞는 인재를 찾는다. 채용을 앞두고 지난달 27일 HR·영업·마케팅 직원 4명을 만났다. 이날 잡인터뷰에는 고려대 학생 6명이 동행해 채용과 입사 후 직장생활을 물어봤다. ▷온라인 인성검사는 무엇인가.
▷손경림(손): P&G 인재상을 묻는다. 즉, 창의적이고 전략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는 능력(power of minds), 구성원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리더십(power of people),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는 능력(power of agility)을 지녔는지 알아본다.
▷영문 이력서·자기소개서 작성 팁을 알려달라.
▷정유환(정): 면접 때 P&G 인재상과 연결될 수 있는 경험 위주로 적는 것이 좋다. 그 경험으로 어떤 결과를 얻었고, 이것이 인재상의 어떤 부분과 연결된다는 점을 강조하면 좋다. 특히 어려움을 통해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하면 최고다.
▷권영민(권): 이력서에 경험의 단순한 요약보다는 경험을 통해 어떤 가치를 냈는지를 인재상과 연결해 쓰면 높은 평가를 받는다. 면접관이 P&G 인재상과 연결해 질문하기 좋은 형식으로 작성하면 된다.
▷3회 심층면접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김하영(김): 역시 P&G 인재상에 맞는 인성을 평가한다. 지원자의 경험이 어떻게 P&G 인재상과 맞는지 파악하기 위해 수차례 반복적인 질문이 나올 수 있다. 1, 2, 3차 면접 질문이 똑같아 놀랐다는 지원자도 있었다. 자신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어려운 면접이 될 것이다.
▷권: 면접은 소개팅이다. P&G에 입사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순간이 면접 때였다. P&G가 원하는 인재상을 알고 그에 맞는 모습을 고민하고 면접에 임한다면 분명 회사는 ‘애프터’ 신청을 할 것이다.
▷손: P&G에 대해 궁금한 걸 물어봐도 좋다. 간혹 면접관이 ‘질문 있느냐’고 묻는데 평소 궁금했던 것을 물으면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
▷2개월 인턴생활은 어땠나.
▷손: 인턴으로 입사하면 바로 실전에 투입돼 프로젝트를 맡는다. 2개월간 프로젝트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갖고 도전적인 과제를 해결하게 된다. 이것이 P&G의 ‘조기책임제’다.
▷정: 인턴 때 과제가 ‘P&G 고급 기저귀의 한국시장 마케팅 전략’이었다. 인턴이었지만 사내보고서에 내가 제안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것이 P&G의 일하는 스타일이다.
▷권: ‘P&G 제품을 할인매장 선물코너에서 유통시키는 법’이 인턴 과제였다. 선물시장 조사부터 기획안 작성과 각 부서 협조 요청까지 하니 두 달이 후딱 지나갔다. 입사 후 맞은 추석 때 내 제안대로 제품이 매대에 깔린 것을 보고 놀랐다.
▷인턴 혼자서 그 일을 다 하나.
▷권: 대학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했다. 마케팅의 ‘M’자도 모르고 세일즈의 ‘S’도 몰랐다. 인턴이 기획하고 도움을 요청하면 다른 부서원이 도와준다. 여기에 대형마트 직원들도 도와줬다. 자신의 열정과 일하는 방식을 보여주면 여기저기서 도움의 손길이 밀려올 것이다. 근무시간 업무에 자율성이 많은 만큼 성과도 내야 한다.
▷주도적인 문제해결력이 중요할 것 같다. 그럼 어떤 역량이 필요한가.
▷정: 맞다. 직무에 관계없이 문제해결력이 중요하다. 특별한 경험이나 역량이 필요하다기보단 어떤 경험을 할 때 자신이 어떻게 그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사람인지 되짚어보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연구하면 좋다.
▷권: 동의한다. 역량보다는 자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내 장점이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회사와 윈윈할 수 있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손: P&G 직원들은 국내외 다양한 사람과 함께 일한다. 입사 전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대인관계 경험과 스킬을 쌓아오면 더 좋다.
이들에게 직장인으로서 20대 대학생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손경림 매니저는 대기업 인턴, 화려한 공모전 입상도 좋지만 다양한 경험을 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경험을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환경과 어울리는 사람인지 등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 시절 ‘라크로스’ 스포츠 동아리에서 부원 역량을 개발하면서 인사 업무가 본인에게 적합하다는 것을 알게 된 김하영 씨는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면 길이 열린다”고 강조했다. 정유환 씨도 “20대까지의 모든 활동, 인턴, 봉사활동의 경험이 오늘날 나를 만든 하나하나의 조각이었다”며 “최선을 다하지 않았던 순간이 후회로 남는다”고 조언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