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시인 T S 엘리엇은 만물이 생동하는 4월을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쓸데없는 기억과 욕망으로 헛된 희망을 품게 하는 새봄이 결코 반갑지 않다는 뜻이리라. 적어도 이 시를 쓴 당시 시인은 지극히 염세적인 세계관을 가졌던 모양이다.

1년 전 4월 우리는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그야말로 잔인하기까지 했던 세월호 사고를 겪었다. 어둡고 길었던 사고 수습 기간에 우리 모두는 많은 반성을 하고 이젠 더 이상 이 땅에서 그런 어이없는 인재(人災)를 근절하자고 입을 모았고, 사고조사특별위원회 구성 등 가시적인 노력이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의 리스크 관리 문화는 여전히 답보상태인 듯해 안타깝다.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빈발하고 있고 부실한 사회안전망 탓에 복지 논란이 뜨겁다. 한반도를 둘러싼 외세의 압력은 100년 전 어두웠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남북까지 긴박하게 대치하고 있다. 10여년 주기로 반복되는 경제위기,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연금재정 문제와 경제활력 저하, 양극화, 이념 갈등과 세대 간 갈등 등 한국 사회의 리스크는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TV 드라마 ‘징비록’의 배경이 되는 임진왜란도 1592년 4월의 일이었다. 징비(懲毖)는 시경(詩經) 소비편(小毖篇)의 ‘예기징이비역환(豫其懲而毖役患)’, 즉 ‘미리 징계해 후환을 경계한다’는 구절에서 따온 것이다. 거안사위(居安思危·평안할 때도 위기가 닥칠 것을 생각하고 대비하라)에 소홀했던 조선은 장장 7년여의 혹독하고 잔인한 전란을 겪게 됐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 사회는 ‘리스크 사회’다. 어찌해야 하나. 우리는 소위 지속가능 성장을 지향해야 할 것인데, 이는 오랫동안 가급적이면 많은 이가 같이 잘 먹고 잘사는 것을 말한다. 각 사회 주체가 자기의 재능을 십분 발휘해 ‘안정적인’ 성장을 해야 지속 가능하다. 안정 속의 성장을 이루려면 주변의 리스크를 파악하고, 리스크에 따른 예상손실을 추정하며, 리스크에 맞는 최적의 관리 방안을 강구해 실행하고 점검하고 개선하는 일련의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

기업 경영에서도 리스크 관리는 필수다. 기업이 당면한 많은 리스크를 파악하고 면밀히 분석해 효율적인 대책을 강구하고, 리스크 관리를 실행하며,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하는 노력이 지속가능 성장을 비전으로 하는 비즈니스의 핵심 전략이 되는 것이다.

미국의 명문 미시간대가 있는 앤아버시에는 ‘뉴 프로덕트 웍스’란 이름의 소위 ‘실패상품 박물관’이 있다. 많은 기업이 힘들여 개발했지만 결국 시장에서 실패한 상품들이 10만점 넘게 전시돼 있다. 1970년대 말 소니사가 개발한 비디오테이프 베타맥스, 펩시의 무색콜라 크리스털 펩시, 치약으로 유명한 콜게이트의 일회용 냉동식품 등 기발한 아이디어로 많은 돈과 공을 들여 개발됐으나 시장의 주목을 끌지 못해 실패로 끝난 상품들이 즐비한데 이런 상품을 보기 위해 명성 있는 기업 상품 개발자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많은 실패 사례를 보면서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 지혜를 구하는 동시에 성공 아이디어를 찾으려는 노력이 아닐까. 반면 한국은 실패 공개와 실패 정보 공유에 너무 소극적인 것 같다. 실패와 창조적인 실수는 궁극적인 성공을 위해 소중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실패 정보를 공유하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과거의 실패와 실수를 철저히 분석해 비슷한 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함으로써 국가와 비즈니스의 지속성장 기반을 다지기를 바란다. 이제 잔인한 4월은 떠나보내고 밝은 미래를 약속하는 찬란한 4월을 다 같이 불러보자.

장동한 < 건국대 교수·경영학 dhchang@konkuk.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