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기술 상장특례 활성화의 조건
“한 벤처기업을 기술특례로 상장시키려고 기술성 평가를 받았는데, 경쟁사의 연구자가 심사를 맡더군요. 결국 심사에서 떨어졌고, 공정성을 신뢰하지 못하는 해당 벤처기업은 다시 도전할 엄두를 못 내고 있습니다.”

한 증권회사 기업공개(IPO) 담당 임원이 들려준 기술성장기업 상장특례 제도의 현주소다. 기술성장기업 상장특례는 기술력과 성장성이 뛰어난 벤처기업이 적자를 내더라도 상장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한국거래소는 올초 정부의 ‘모험자본 활성화’ 정책에 맞춰 기술성장기업을 대거 증시로 유치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거래소는 올 한 해 20개 기업을 기술특례를 통해 상장시킨다는 계획이다. 2005년 코스닥시장에 이 제도가 도입된 뒤 10년간 상장한 기업(18개)보다 많은 숫자를 올 한 해 올리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도 기술특례 상장의 문턱을 낮추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키로 했다. 기술성 평가기간을 단축시키고 수수료도 낮추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간 단축과 수수료 인하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술성 평가의 공정성이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기술성장기업에 선정되려면 외부 전문평가기관의 기술성 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거래소에서 정한 22개 외부 전문평가기관 가운데 임의의 두 개 기관에서 각각 최하 BBB등급, 이 가운데 최소 한 개 기관에서는 A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

지난해 10여개사가 기술성 평가를 신청했지만 상장에 성공한 기업은 두 곳뿐이었다. 탈락한 기업들은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기술성 평가를 통과했다가 상장을 철회한 벤처기업이 그 다음해에 기술성 평가를 신청했는데 기술이 기존보다 많이 개선됐음에도 불구하고 탈락한 사례도 있다”며 “기술성장기업 상장특례는 ‘복불복’이라는 불만이 제기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조만간 기술성장기업 상장특례 개선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벤처기업들은 불공정 의혹을 불식시킬 방안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임도원 증권부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