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자 주식투자 요령] 자산 10~20% 주식 투자해야 은퇴자금 마련…당장 안쓰는 노후자금, 중소형株에 오래 묻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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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은퇴자’와 ‘주식투자’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다. 원금을 지키는 투자가 중요한 은퇴자에게 하루 최대 15%씩 가격이 움직이는 주식은 위험천만한 상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준금리가 연 1%대까지 떨어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전체 자산의 10~20%를 주식에 투자하지 않으면 필요한 만큼의 은퇴자산을 마련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제로 금리’ 시대가 열리면서 고령층의 주식투자가 활성화된 일본의 전례가 한국에서도 되풀이되고 있다.
우보천리(牛步千里) 종목을 찾아라
증권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에서 은퇴자의 장점을 ‘장기 투자’란 말로 요약한다. 당장 쓰지 않아도 되는 노후자금을 활용하는 만큼 긴 안목의 투자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해당 종목의 중장기 성장 전망, 배당 성향 등을 자세히 살펴 투자하면 기대수익률을 높이면서도 투자위험은 낮추는 길이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플러스 수익을 낸 종목은 우선주 9개를 포함, 60개 종목에 달했다. 2009년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상장사 1800여개와 비교하면 3% 남짓이다. 종목 숫자가 많다고 보긴 힘들지만 시장이 장기 박스권에 갇혀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다고도 볼 수 없는 숫자다. 이들 60개 종목은 유·무상증자나 액면분할 등을 고려해 산출한 수정주가를 기준으로 볼 때 지난 6년간 평균 7.11배 올랐다.
60개 종목 대부분은 중소형주였다. 길게 보면 대형주 주가가 좋을 것이라는 통념과 정반대 결과다. 삼립식품(6년간 주가 22.02배 상승)처럼 슈퍼마켓에서 늘 볼 수 있는 소비재 기업이 대부분 선전했다. 국내 제약용 캡슐 시장의 95%를 점유하고 있는 서흥(9.78배 상승)처럼 틈새시장을 파고들며 압도적 지배력을 가진 업체들의 주가도 탄탄하게 올랐다. 자산 관련 지표가 우수한 종목 역시 장기 성과가 좋았다. 건물이나 땅 등을 많이 보유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이하인 고려산업(5.61배 상승)과 같은 자산주는 약세장에서 뛰어난 방어력을 보였다.
배당이 후한 종목을 노려라
전문가들이 꼽은 은퇴자 주식 투자의 또 다른 투자 키워드는 배당이다. 정부의 배당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상장사들이 배당을 늘리고 있고, 저금리로 확정수익인 배당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지난해 주요 배당주들은 대체로 좋은 성과를 냈다. 배당수익률 3.02%의 그랜드백화점 주가가 지난 한 해 동안 114% 오른 게 대표적인 예다. 진양홀딩스(배당수익률 4.01%, 2014년 주가상승폭 109.16%), 성보화학(4.60%, 52.46%) 등도 배당주의 매력 덕에 몸값이 비싸진 사례로 꼽힌다. 널리 알려진 종목 중에서도 배당주의 성과가 돋보인다. SK텔레콤(2014년 배당수익률 3.51%), 기업은행(3.05%), 대성에너지(4.17%) 등은 지난해 주가가 12~17% 올랐다.
양해정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배당의 전제는 꾸준한 이익과 양호한 현금 흐름”이라며 “배당이 후한 종목은 ‘쭉정이’가 드물다”고 말했다. 이어 “배당이란 재료가 주가 하방을 단단히 받치고 있어 단기간에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도 낮다”고 덧붙였다.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관련주도 은퇴자들이 관심을 둘 만하다. 리츠주는 부동산에 간접 투자할 수 있는 수단이다. 세를 주고 임대료를 받는 대신 주식을 사고 배당으로 이익을 얻는다.
리츠 대장주로 꼽히는 맥쿼리인프라의 지난 3일 종가는 7820원이었다. 올 들어서만 14.16% 올랐다. 배당받을 자격을 얻은 투자자들이 연초에 일제히 빠져나갔음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상승세다.
맥쿼리인프라의 주 수입원은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 우면산 터널과 같은 사회간접자본이다. 도로 통행료와 시설 이용료로 이익을 낸다. 이 종목의 지난해 배당은 상반기와 하반기를 합해 주당 418원이었다. 연초 주가의 6%, 현재 주가의 5%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사무용 빌딩을 다수 보유한 부동산투자회사 맵스리얼티1, 부산 쥬디스태화 빌딩과 서울 여의도 미원빌딩 등을 보유한 케이탑리츠 등도 맥쿼리인프라와 비슷한 안정적인 리츠주로 꼽힌다.
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부동산 경기 사이클을 감안할 때 적어도 2년 정도는 리츠주에 투자할 만하다”며 “배당을 포함해 연 6~7% 정도의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목표가·손절가 미리 정해놔야
개별 종목 투자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단기에 주가가 올랐다고 서둘러 주식을 팔았다가 더 큰 이익을 놓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언젠가 오르겠지’ 하고 주식을 들고 있다가 원금의 70~80%를 날리는 반대의 상황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해당 주식을 사는 이유를 확실히 하고, 목표가와 손절가도 미리 정해놓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미리 정해둔 계획이 있어야 주식시장의 움직임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주식 시세를 1주일에 한두 번만 확인하라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증권사들이 제공하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는 미리 정해둔 가격에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예약매매 기능이 있는 만큼 이를 적극 활용하면 매수와 매도 타이밍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이남룡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종목을 선택할 때는 6개월 이내에 신규 사업 진출로 500억원의 추가 매출이 발생할 것이란 예상처럼 구체적인 이유가 있어야 한다”며 “이 목적이 흔들리는 상황이 오면 과감히 손절매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이어 “다른 종목이 오를 때 내 종목만 안 올라도 조급함을 버려야 한다”며 “기다리다 보면 내 차례가 오는 게 주식시장의 생리”라고 덧붙였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증권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에서 은퇴자의 장점을 ‘장기 투자’란 말로 요약한다. 당장 쓰지 않아도 되는 노후자금을 활용하는 만큼 긴 안목의 투자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해당 종목의 중장기 성장 전망, 배당 성향 등을 자세히 살펴 투자하면 기대수익률을 높이면서도 투자위험은 낮추는 길이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플러스 수익을 낸 종목은 우선주 9개를 포함, 60개 종목에 달했다. 2009년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상장사 1800여개와 비교하면 3% 남짓이다. 종목 숫자가 많다고 보긴 힘들지만 시장이 장기 박스권에 갇혀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다고도 볼 수 없는 숫자다. 이들 60개 종목은 유·무상증자나 액면분할 등을 고려해 산출한 수정주가를 기준으로 볼 때 지난 6년간 평균 7.11배 올랐다.
60개 종목 대부분은 중소형주였다. 길게 보면 대형주 주가가 좋을 것이라는 통념과 정반대 결과다. 삼립식품(6년간 주가 22.02배 상승)처럼 슈퍼마켓에서 늘 볼 수 있는 소비재 기업이 대부분 선전했다. 국내 제약용 캡슐 시장의 95%를 점유하고 있는 서흥(9.78배 상승)처럼 틈새시장을 파고들며 압도적 지배력을 가진 업체들의 주가도 탄탄하게 올랐다. 자산 관련 지표가 우수한 종목 역시 장기 성과가 좋았다. 건물이나 땅 등을 많이 보유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이하인 고려산업(5.61배 상승)과 같은 자산주는 약세장에서 뛰어난 방어력을 보였다.
배당이 후한 종목을 노려라
전문가들이 꼽은 은퇴자 주식 투자의 또 다른 투자 키워드는 배당이다. 정부의 배당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상장사들이 배당을 늘리고 있고, 저금리로 확정수익인 배당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지난해 주요 배당주들은 대체로 좋은 성과를 냈다. 배당수익률 3.02%의 그랜드백화점 주가가 지난 한 해 동안 114% 오른 게 대표적인 예다. 진양홀딩스(배당수익률 4.01%, 2014년 주가상승폭 109.16%), 성보화학(4.60%, 52.46%) 등도 배당주의 매력 덕에 몸값이 비싸진 사례로 꼽힌다. 널리 알려진 종목 중에서도 배당주의 성과가 돋보인다. SK텔레콤(2014년 배당수익률 3.51%), 기업은행(3.05%), 대성에너지(4.17%) 등은 지난해 주가가 12~17% 올랐다.
양해정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배당의 전제는 꾸준한 이익과 양호한 현금 흐름”이라며 “배당이 후한 종목은 ‘쭉정이’가 드물다”고 말했다. 이어 “배당이란 재료가 주가 하방을 단단히 받치고 있어 단기간에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도 낮다”고 덧붙였다.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관련주도 은퇴자들이 관심을 둘 만하다. 리츠주는 부동산에 간접 투자할 수 있는 수단이다. 세를 주고 임대료를 받는 대신 주식을 사고 배당으로 이익을 얻는다.
리츠 대장주로 꼽히는 맥쿼리인프라의 지난 3일 종가는 7820원이었다. 올 들어서만 14.16% 올랐다. 배당받을 자격을 얻은 투자자들이 연초에 일제히 빠져나갔음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상승세다.
맥쿼리인프라의 주 수입원은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 우면산 터널과 같은 사회간접자본이다. 도로 통행료와 시설 이용료로 이익을 낸다. 이 종목의 지난해 배당은 상반기와 하반기를 합해 주당 418원이었다. 연초 주가의 6%, 현재 주가의 5%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사무용 빌딩을 다수 보유한 부동산투자회사 맵스리얼티1, 부산 쥬디스태화 빌딩과 서울 여의도 미원빌딩 등을 보유한 케이탑리츠 등도 맥쿼리인프라와 비슷한 안정적인 리츠주로 꼽힌다.
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부동산 경기 사이클을 감안할 때 적어도 2년 정도는 리츠주에 투자할 만하다”며 “배당을 포함해 연 6~7% 정도의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목표가·손절가 미리 정해놔야
개별 종목 투자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단기에 주가가 올랐다고 서둘러 주식을 팔았다가 더 큰 이익을 놓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언젠가 오르겠지’ 하고 주식을 들고 있다가 원금의 70~80%를 날리는 반대의 상황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해당 주식을 사는 이유를 확실히 하고, 목표가와 손절가도 미리 정해놓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미리 정해둔 계획이 있어야 주식시장의 움직임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주식 시세를 1주일에 한두 번만 확인하라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증권사들이 제공하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는 미리 정해둔 가격에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예약매매 기능이 있는 만큼 이를 적극 활용하면 매수와 매도 타이밍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이남룡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종목을 선택할 때는 6개월 이내에 신규 사업 진출로 500억원의 추가 매출이 발생할 것이란 예상처럼 구체적인 이유가 있어야 한다”며 “이 목적이 흔들리는 상황이 오면 과감히 손절매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이어 “다른 종목이 오를 때 내 종목만 안 올라도 조급함을 버려야 한다”며 “기다리다 보면 내 차례가 오는 게 주식시장의 생리”라고 덧붙였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