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대 초저금리 시대다. 처음 경험해보는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투자자는 고민에 빠져 있을 것이다. 투자 상품은 많은데 이 중 어떤 상품에 넣는 게 가장 좋을까. 스스로 결정하기에는 시장이 지나치게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투자 대상도 점차 다양해지는 추세다.

증권사들이 중점적으로 추천하는 상품은 랩어카운트다. 상당수 소비자의 입맛에 맞출 수 있어서다. 실제 랩어카운트 가입자 수와 계약 건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펀드가 기성복이라면 랩어카운트는 맞춤복이다. 랩어카운트는 ‘싸다, 포장하다’의 뜻을 지닌 ‘랩(wrap)’과 ‘계좌’를 의미하는 ‘어카운트(account)’를 합쳐 만든 말이다. 한 계좌 안에서 여러 가지 투자 대상을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랩은 국내 주식, 국내 채권, 해외 주식, 해외 채권, 상장지수펀드(ETF), 각종 펀드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 투자자 성향과 자산 규모에 따라 모든 투자자산에 대해 1 대 1 맞춤형 투자가 가능하다. 이렇게 다양한 자산군 안에서도 시장 변화에 맞춰 발빠르게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다.

갈수록 진화하는 랩어카운트

[랩어카운트 투자법] 다리품 팔아 내 투자 성향 맞는 상품 골라야…전문 투자자문社가 코치 '자문형 랩'도 인기
초기 랩어카운트 상품은 개별 소비자의 성향에 맞춘 고객 맞춤형 상품으로 주로 출시됐다. 요즘엔 트렌드가 많이 바뀌었다. 증권사가 투자 자산의 종류에 따라 주식형 랩, 채권형 랩, 펀드랩, 자문형 랩, ETF랩, 자산배분랩, 해외글로벌랩 등으로 다양하게 진열해놓고 투자자가 원하는 상품을 골라 가입하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원유 관련 ETF랩이 요즘 잘 팔린다. 작년 하반기부터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현재 유가가 바닥권이고 앞으로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투자자가 늘어나서다.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를 분할 매수해 일정 수익률에 도달하면 이익을 실현하는 구조다. 소비자의 요구와 상품의 시의성이 딱 맞아떨어진 랩어카운트의 대표적인 특징을 잘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사업차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김모씨. 그는 모 증권사의 자산배분형랩에 가입한 다음 출국했다. 해외에 나가보니 중국, 유럽 경제가 상승세란 점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런 상품에 투자하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았다.

귀국한 뒤 자신의 랩 계좌를 확인해보니, 이미 중국 본토와 유럽에 투자하고 있는 펀드가 랩에 편입돼 있었다. 수익률은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었다. 이처럼 적기에 가입자를 대신해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주는 랩어카운트는 김씨와 같은 사람에게 딱 맞는 상품이었다.

또 다른 흐름은 다양한 자문형 랩의 출현이다. 자문형 랩은 증권회사가 상품의 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해 경쟁력 있는 투자자문사에 자문을 구하는 방식이다. 자문사의 투자 전략 및 자산 구성 모델을 따르는 자문형 랩이 인기다.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개인투자자에게 전문 투자자문사가 자문해주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직접 주식을 고르는 수고를 덜 수 있다. 최근엔 주가연계증권(ELS), 메자닌(신주인수권부사채 전환사채 등 채권과 주식의 성격을 모두 갖고 있는 상품),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해외 주식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자문형 랩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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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성향 맞춰 랩 상품 골라야

랩어카운트의 종류가 많은 만큼 투자 전략을 제대로 세우는 게 중요하다. 특히 은퇴자와 같은 사람은 더욱 꼼꼼하게 살펴야 손실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먼저 투자할 자금의 규모와 기간, 성격을 확실히 정해야 한다. 랩어카운트는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원금 손실이 날 수 있는 투자 상품이다. 단기간에 지출할 돈이거나 원금이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면 투자해선 안 된다. 적어도 2~3년의 투자 기간을 생각하고 가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랩 상품은 펀드와 다르다. 상품의 특색이 각기 다르다. 이를 모아놓은 공시 사이트도 없다. 개별 투자자가 다리 품을 팔면서 각 증권사의 랩 상품을 비교해야 한다. 각 증권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투자 자산별로 랩어카운트가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 살펴보고 자신의 투자 성향에 맞는 증권사와 랩을 선택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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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어카운트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등을 통해 잔액, 자산편입 현황, 수익률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 분기 단위로 운용보고서가 발송되기 때문에 이를 꼼꼼하게 뜯어보고 자산 관리를 할 수 있다.

랩어카운트에도 별도 수수료가 있다. 투자 자산에 비례해 일정 비율을 분기마다 비용처럼 지급하는 방식이다. 일부 상품은 선취수수료를 뗀다. 운용 성과가 목표치를 초과하면 초과수익에 비례해 비용을 더 내기도 한다.

증권사들은 거치형 상품에 대해 최소 가입액 기준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다양한 적립식 상품도 내놓고 있다. 일반 소액 투자자들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추고 있는 것이다.

지금 어디에 어떻게 투자할지 고민스럽다면 가까운 증권사를 방문해볼 만하다. 고민을 해결해줄 랩 상품이 하나쯤 있을 가능성이 높다.

정정수 < 신한금융투자 랩운용부 팀장 js0214@shinha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