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에운트죄네] '獨 시계 자존심' 세운 랑에家 사람들
‘독일 시계의 자존심’으로 꼽히는 랑에운트죄네는 2차 세계대전 때 생산시설이 폭격을 맞으면서 잠시 명맥이 끊기는 아픔을 겪었다. 창업자 페르디난드 아돌프 랑에의 증손자인 발터 랑에(사진)는 1990년 랑에운트죄네를 재건, 1994년 새로운 컬렉션을 내놨다. 이때 발표한 게 ‘랑에1’이다. 이 컬렉션은 시·분침 등이 다이얼(시계판) 중앙에서 벗어나 배치된 비대칭 구조로 지금도 랑에운트죄네를 상징하는 컬렉션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시계 강국인 스위스가 아닌 다른 국가에서도 예술적이고 정밀한 시계를 제작할 수 있다는 점을 전 세계에 알린 컬렉션이었다.

[랑에운트죄네] '獨 시계 자존심' 세운 랑에家 사람들
당시 가장 큰 과제는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려 브랜드가 단절되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면 이 시대의 랑에운트죄네 시계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인가’란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었다. 랑에운트죄네는 이후 20여년 동안 자체 개발 무브먼트(시계 동력장치)를 50개 가까이 늘렸고 5개 컬렉션에 70여개 모델을 갖췄다.

발터 랑에는 올해 90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회사 운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겼지만 여전히 회사의 고문으로, 자신의 표현대로 ‘역사의 가교’로 시계 산업의 발전을 지켜보고 있다. 그는 독일 시계 산업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8년 작센주에서 공로훈장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스위스 고급시계협회(FHH)에서 명품 시계 부문 최고상(Hommage la Passion)을 받았다.

그는 당시 “노력한다면 어떤 나라라도 스위스 같은 시계 강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랑에운트죄네 시계의 가격은 최저 수천만원에서 시작해 억대를 넘나들고 있다. 스위스 브랜드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최고급 시계 시장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정체성으로 탄탄한 입지를 다졌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