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20주년을 맞은 서울발레시어터의 김인희 단장(오른쪽)과 제임스 전 예술감독 부부.
창단 20주년을 맞은 서울발레시어터의 김인희 단장(오른쪽)과 제임스 전 예술감독 부부.
창작발레 대중화에 힘써온 서울발레시어터(SBT)가 올해로 창단 20주년을 맞았다. 서울발레시어터는 1995년 현역 무용수였던 김인희 단장(52)과 제임스 전 상임안무가 겸 예술감독(56·한국명 전상헌) 부부가 창단한 단체다. 한국 최초의 록 발레 ‘현존(BEING)’ 등 지금까지 약 100편의 창작발레를 선보였고, 2001년 창작발레 작품을 국내 최초로 해외에 수출하기도 했다. 8일 서울 광화문에서 김 단장과 전 예술감독을 만났다.

“‘우리만의 발레를 만들 순 없을까’ 하는 생각 하나로 동료 7명과 무모하게 발레단을 창단한 지 20년이 지났어요. 200이란 숫자를 한 번 생각해봤습니다. 앞으로 10년, 창작발레를 200편까지 늘리는 게 우리의 꿈입니다.”(김인희 단장)

민간 예술단체로서 20주년을 맞이하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 1999년 예술의전당 상주단체로 들어가려다 당시 문화관광부(현 문화체육관광부)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 통보로 6개월간 길바닥에 나앉았다. 20년간 유일하게 직원들 월급을 주지 못한 6개월이었다. 이후 서울발레시어터는 과천시민회관에 둥지를 틀었고, 지금은 공연 수익금, 교육 프로그램 운영으로 재정자립도를 70%까지 높였다.

“제가 창작한 공연들을 꾸준히 무대에 올릴 수 있어 가슴이 뿌듯합니다. 19년 전 만든 작품이 다시 올려진 무대에서 땀흘리며 춤추는 단원을 볼 때 큰 감동을 받습니다.”(제임스 전 예술감독)

그동안 창작발레 안무 대부분을 담당했던 전 예술감독은 “기존의 레퍼토리를 수입해 무대에 올리는 대신 창작발레 상연과 수출을 위해 노력해왔다”며 “앞으로도 차세대 안무가를 발굴하고 양성해 창작발레 활성화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발레시어터는 발레의 대중화를 위해 기업 최고경영자(CEO) 등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 ‘발레볼레’, 지역민을 대상으로 하는 ‘시민발레단’, 노숙인과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사업 등을 전개하고 있다. 김 단장은 “시민형 후원 문화를 바탕으로 서울발레시어터를 예술계의 FC바르셀로나로 만들고 싶다”며 “민간 예술단체의 ‘맏형’ 노릇을 제대로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발레는 지루하고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발레의 문턱을 낮춰 시민들이 직접 후원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의미다.

서울발레시어터는 올해 창작발레 ‘레이지(RAGE)’(6월5~6일·LG아트센터)와 ‘현존(BEING)’(10월22~23일·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과 스위스 바젤 발레단과 합작하는 ‘무브스(MOVES)’(10월1~2일·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등을 공연한다. ‘한여름 밤의 꿈’(8월6일·대전 예술의전당)과 ‘수원발레페스티벌’(8월25~29일·수원 제1야외음악당) 등 야외 발레 공연도 선보일 예정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