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당혹…새정치·정의당서 박수받은 유승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가진 자가 더 많은 세금 내야…법인세도 성역 아니다"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
김무성 "당의 방침 아니다"…청와대 "개인 소신"
새정치 "명연설" "용기있는 발언" 찬사 쏟아져
심상정 "정의당과 공유할 부분 많아"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
김무성 "당의 방침 아니다"…청와대 "개인 소신"
새정치 "명연설" "용기있는 발언" 찬사 쏟아져
심상정 "정의당과 공유할 부분 많아"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8일 “세금과 복지야말로 합의의 정치가 필요한 문제”라며 “이 문제를 논의할 여야 합의기구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서민증세 부자감세 같은 프레임으로 서로를 비난하는 저급한 정쟁은 그만두고 여야가 장기적인 시야의 복지 모델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도 지난 2월 교섭단체 연설에서 세금·복지 대타협기구 구성을 제안한 적이 있어 정치권 내 증세와 복지 수준에 대한 공론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부양책 비판
유 원내대표는 “2012년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자 새누리당의 공약이었던 134조5000억원의 공약가계부를 더 이상 지킬 수 없다는 데 대해 반성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3년간 세수 부족이 22조2000억원에 달하는 등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게 입증되고 있다”며 “정치권이 국민에게 솔직하게 고백하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 원내대표 취임 직후 밝힌 ‘중(中)부담-중(中)복지’론도 재차 확인했다. 유 원내대표는 “일부 유럽국가와 같은 고부담-고복지 사회는 국가재정 문제 때문에 실현 불가능하다”며 “국민 부담과 복지 지출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중부담-중복지 모델을 지향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증세 논의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가진 자가 더 많은 세금을 낸다는 원칙, 법인세도 성역이 될 수 없다는 원칙 등을 고려해 세금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자와 대기업은 그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세금을 떳떳하게 더 내고 더 존경받는 선진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또 “재벌도 개혁에 동참해야 한다”며 “비정규직 및 청년실업의 아픔과 2, 3차 하도급업체의 아픔을 알고 이런 문제 해결에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존경받는 대기업상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최경환 경제팀의 경기부양책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유 원내대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예외 없이 집권 초반의 경제성적표를 의식해 단기부양책의 유혹에 빠졌다”며 “성장잠재력 자체가 약해져 저성장이 고착화된 상태에서 국가재정을 동원해 단기부양책을 쓰는 것은 재정건전성만 해칠 것이라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원내대표의 연설 내용은 ‘증세는 없다’ ‘법인세 인상은 시기상조’라는 정부의 기본 정책과 당의 기조 간에 차이가 있다. 증세, 복지, 경기부양 문제와 관련해 집권여당 원내 사령탑이 정부와 다른 해법을 제시하면서 향후 주요 정책 추진 과정에서 당·정 간 갈등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정의당에서 연설한 것 같다”
유 원내대표의 연설에 대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아주 신선하게 잘 들었다”면서도 “당의 방침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대표는 ‘중부담-중복지’ 관련 주장에 대해 “국민 모두의 컨센서스(동의)가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한 경제통 의원도 “유 원내대표의 개인적인 정견일 뿐 당내 컨센서스가 이뤄진 건 아니다”고 했다. 또 다른 의원은 “정의당에서 연설한 것 같다”며 “(여당보다) 야당 의석에서 박수가 더 많이 나오더라”고 말했다.
청와대 내에선 유 원내대표의 ‘개인 소신’이라는 취지의 반응들이 흘러나왔다. 한 관계자는 “유 원내대표가 자신의 정치철학과 개인 소신을 담아 그동안 해온 얘기를 재차 언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놀라운 변화’ ‘명연설’ ‘용기 있는 발언’ 등의 표현을 동원해 찬사를 쏟아냈다. 유은혜 대변인은 “우리나라의 보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준 명연설”이라고 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야당 원내대표가 연설하는 줄 알았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유 원내대표의 연설이 끝난 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정의당과도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에 유 원내대표는 “우리 당으로 오시라”고 웃으며 답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유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서민증세 부자감세 같은 프레임으로 서로를 비난하는 저급한 정쟁은 그만두고 여야가 장기적인 시야의 복지 모델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도 지난 2월 교섭단체 연설에서 세금·복지 대타협기구 구성을 제안한 적이 있어 정치권 내 증세와 복지 수준에 대한 공론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부양책 비판
유 원내대표는 “2012년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자 새누리당의 공약이었던 134조5000억원의 공약가계부를 더 이상 지킬 수 없다는 데 대해 반성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3년간 세수 부족이 22조2000억원에 달하는 등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게 입증되고 있다”며 “정치권이 국민에게 솔직하게 고백하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 원내대표 취임 직후 밝힌 ‘중(中)부담-중(中)복지’론도 재차 확인했다. 유 원내대표는 “일부 유럽국가와 같은 고부담-고복지 사회는 국가재정 문제 때문에 실현 불가능하다”며 “국민 부담과 복지 지출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중부담-중복지 모델을 지향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증세 논의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가진 자가 더 많은 세금을 낸다는 원칙, 법인세도 성역이 될 수 없다는 원칙 등을 고려해 세금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자와 대기업은 그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세금을 떳떳하게 더 내고 더 존경받는 선진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또 “재벌도 개혁에 동참해야 한다”며 “비정규직 및 청년실업의 아픔과 2, 3차 하도급업체의 아픔을 알고 이런 문제 해결에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존경받는 대기업상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최경환 경제팀의 경기부양책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유 원내대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예외 없이 집권 초반의 경제성적표를 의식해 단기부양책의 유혹에 빠졌다”며 “성장잠재력 자체가 약해져 저성장이 고착화된 상태에서 국가재정을 동원해 단기부양책을 쓰는 것은 재정건전성만 해칠 것이라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원내대표의 연설 내용은 ‘증세는 없다’ ‘법인세 인상은 시기상조’라는 정부의 기본 정책과 당의 기조 간에 차이가 있다. 증세, 복지, 경기부양 문제와 관련해 집권여당 원내 사령탑이 정부와 다른 해법을 제시하면서 향후 주요 정책 추진 과정에서 당·정 간 갈등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정의당에서 연설한 것 같다”
유 원내대표의 연설에 대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아주 신선하게 잘 들었다”면서도 “당의 방침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대표는 ‘중부담-중복지’ 관련 주장에 대해 “국민 모두의 컨센서스(동의)가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한 경제통 의원도 “유 원내대표의 개인적인 정견일 뿐 당내 컨센서스가 이뤄진 건 아니다”고 했다. 또 다른 의원은 “정의당에서 연설한 것 같다”며 “(여당보다) 야당 의석에서 박수가 더 많이 나오더라”고 말했다.
청와대 내에선 유 원내대표의 ‘개인 소신’이라는 취지의 반응들이 흘러나왔다. 한 관계자는 “유 원내대표가 자신의 정치철학과 개인 소신을 담아 그동안 해온 얘기를 재차 언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놀라운 변화’ ‘명연설’ ‘용기 있는 발언’ 등의 표현을 동원해 찬사를 쏟아냈다. 유은혜 대변인은 “우리나라의 보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준 명연설”이라고 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야당 원내대표가 연설하는 줄 알았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유 원내대표의 연설이 끝난 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정의당과도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에 유 원내대표는 “우리 당으로 오시라”고 웃으며 답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