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과 맛있는 만남]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학생회장 시절 교복값 낮추려 결심…연판장 돌려 전교생 '반값 교복'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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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때마다 보채는 아이와 전쟁…워킹맘요? 여가부 장관도 힘들어요"
밖에선 똑순이
대학선배에게 학생운동 권유받아…공부로 제도 바꿔야겠다 생각해 '거절'
30대 초반 국회의원 출마 결심…당찬 언변으로 현역 제치고 공천
집에선 부족한 엄마
일 때문에 육아휴직 제대로 못써…아이 키우는 직장인 엄마들 공감
인력·예산 적은 '미니 부처' 한계…여가부, 전략짜는 컨트롤 역할해야
밖에선 똑순이
대학선배에게 학생운동 권유받아…공부로 제도 바꿔야겠다 생각해 '거절'
30대 초반 국회의원 출마 결심…당찬 언변으로 현역 제치고 공천
집에선 부족한 엄마
일 때문에 육아휴직 제대로 못써…아이 키우는 직장인 엄마들 공감
인력·예산 적은 '미니 부처' 한계…여가부, 전략짜는 컨트롤 역할해야
‘2004년 17대 국회 최연소 의원, 2009년 한국인터넷진흥원장, 2010년 청와대 대변인, 2012년 19대 국회의원, 2014년 여성가족부 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44)이 서른세 살에 여의도(국회)에 입성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10여년간 거쳐온 이력이다. 여기에 더해 그는 일곱 살 난 딸과 네 살배기 아들을 둔 워킹맘이다. 2009년 한국인터넷진흥원장으로 일을 시작한 것은 첫째 아이를 출산한 지 불과 1주일이 지났을 때였다. 기관 출범 준비를 위해 산후조리원에서 노트북을 끌어안고 살다시피했다. 2012년 19대 총선 때는 둘째를 임신한 만삭의 몸으로 재선에 성공했고 등원 직후 출산했다. 국회의원 시절에는 매일 첫째 딸을 데리고 국회로 출근해 국회 어린이집에 맡겼다.
장관, 지역구 국회의원, 아내, 엄마 등 1인 다역을 맡고 있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김 장관의 스케줄 탓에 ‘맛있는 만남’ 인터뷰는 2개월여 만에 이뤄졌다. 지난 2일 저녁 서울 여의도 황금복국.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하며 들어오는 김 장관의 밝은 얼굴에선 1인 다역에 따른 힘든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학생 자신이 교복 구입”
여의도 국회의사당 맞은편에 있는 황금복국은 이날로 개점 열흘째였다. 추천한 이유부터 물어봤다. “본점이 강남에 있는데 열흘 전에 여의도에 지점을 냈어요. 다른 곳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맛도 좋아요. 이곳 사장님과는 고향 선배이기도 하죠.”
김 장관은 지역구인 부산 연제구에서 초·중·고교를 나온 토박이다. 부산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그는 복이 비싼 음식이라는 사실을 서울에 올라와서야 알았다고 했다. “부산에서 복국은 다른 국밥보다 조금 비싼 음식으로 누구나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어요. 그런데 서울에 올라와서 복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첫 메뉴로 복껍질무침과 복샐러드가 나왔다. 복껍질무침을 한 점 넣자 새콤하고 쫄깃한 맛이 입안에 퍼졌다. 김 장관은 음식을 보니 학창 시절 친구들과 도시락을 먹던 때가 생각난다고 했다. “여고에 다닐 때 밥과 반찬을 양푼에 넣고 고추장으로 비벼 친구들과 함께 먹은 생각이 나네요. 각자 집에서 카레 등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와 나눠 먹은 기억도 납니다.”
김 장관의 학창 시절은 어땠을까. “고등학교 학생회장을 할 때였습니다. 당시 학교 측에서 제안한 곳은 가격이 너무 비싸더군요. 학교 측 제안 대신 학생들에게 직접 연판장을 돌려 학생들 스스로 교복을 더 싸게 맞출 수 있는 곳을 알아냈습니다. 우리가 직접 줄자로 수치를 재서 교복을 맞췄죠. 학교가 제안한 곳의 절반 수준 가격에 교복을 마련했습니다.”
◆‘차떼기당’ 오명 벗기 위해 출마 결심
김 장관은 고등학교 때 보여준 화려한 경력 때문에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운동권 선배들로부터 학생운동을 하자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선배들의 제의를 거절했습니다. 열심히 공부해 제도나 정책을 바로잡아 민주주의 제도가 정착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었어요.”
김 장관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1995년 당시 신한국당(옛 새누리당) 사무처 공채로 정치권에 첫발을 디뎠다. 연세대 석사과정 때 국회 소속 한국의회발전연구회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국회 생활을 경험한 것이 당직자를 지원한 계기였다. 그가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결심한 데는 2002년 한나라당의 ‘차떼기 대선 자금’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당시 한나라당은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대기업에서 수백억원의 불법 자금을 실은 트럭을 통째로 넘겨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당시 차떼기 사건이 불거지면서 새누리당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이 더러운 사람으로 매도당했어요. 우리 당에 젊고 깨끗한 사람도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2004년 총선 당시 그는 공천 개혁을 위해 도입한 공개 면접에서 쟁쟁한 현역 의원을 제쳐 파란을 일으켰다. 정치판에 명함도 제대로 내밀지 못하던 30대 초반의 신예가 워낙 똑 부러지고 야무지게 처신해 당 안팎에서 상당한 화제가 됐다고 한다.
◆“더 이상 저처럼 아이 키우는 사람 없어야”
복불고기와 복사시미 등 메인 메뉴가 테이블에 올랐다. “인터뷰는 천천히 하고 일단 식사부터 하죠.” 김 장관의 권유에 복불고기부터 맛봤다. 매콤하면서도 탱글탱글한 복어 살이 입안을 맴돌았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상황에서 어떻게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지 궁금했다. 김 장관은 “아이를 키우면서 직장생활을 병행하는 게 힘들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죠”라고 말하며 웃었다. “지금까지 아이들 때문에 일을 게을리한 적은 없지만 가정은 잘…. 산후조리와 육아휴직도 제대로 못했습니다. 더 이상 저처럼 아이 키우는 사람이 없도록 하는 게 제 임무입니다.”
김 장관은 막내아들과 관련된 일화를 담담히 풀어놨다. “제가 아침에 출근하기 위해 화장할 때가 되면 막내아들이 떼를 쓰며 울기 시작합니다. 화장하면 엄마와 떨어진다는 사실을 아이도 아는 거예요. 그럼 지하 주차장에서 아들과 함께 차를 타고 1층까지 같이 갑니다. 마음이 아프지만 1층에서 아이를 간신히 설득해 돌려보내죠. 이렇게 잠깐이라도 시간을 보내면 아이도 덜 보챕니다.”
여가부의 최대 정책 목표인 일·가정 양립은 부처 수장에게도 예외는 아닌 듯싶었다. 그의 개인사에 대해 더 물어보려는 찰나 김 장관이 화제를 돌렸다. “정치 얘기는 그만하고 이제 여가부 정책을 얘기하죠.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싶은 좋은 정책이 많아요.”
그는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 기자에게 보여줬다. 지난달 25일 문을 연 양육비이행관리원에 들어온 상담 신청 자료였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은 이혼했거나 미혼인 한부모가 비(非)양육 상대에게서 양육비를 쉽게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여가부 산하 기관이다. “한부모 가정은 대부분 양육과 가사, 생계를 혼자 도맡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드는 소송이나 이행명령 신청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변호사, 법무사 등으로 구성된 양육비이행관리원은 상담, 소송, 채권 추심 등의 서비스를 일괄적으로 제공합니다.”
지난달 25일부터 30일까지 양육비이행관리원에는 모두 1만252건의 상담 신청이 들어왔다. 하루 평균 2500건 이상의 상담 신청이 이뤄진 것이다. 김 장관은 “양육비이행관리원 제도는 부모보다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며 “아이들이 자라면서 사회에서 버림받았다고 느끼지 않도록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가부 명칭 양성평등청소년가족부로 바뀌어야”
마지막 식사로 뜨거운 복지리탕이 나왔다. 호호 불어가며 먹으니 머리에서 땀이 절로 났다. 김 장관은 “부산에서 먹던 복국과 맛이 똑같다”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여가부는 인력 290명에 한 해 살림 규모가 6400억원 수준이다. 다른 부처와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미니 부처’의 수장으로서 느끼는 한계가 있을까.
“직원들에게 여가부가 좋은 정책을 만들어서 다른 부처가 참여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올해부터 운영되는 ‘여성 전용 연구개발(R&D) 사업’은 여성 경제활동 참여 활성화를 위해 여가부와 중소기업청이 협력해 이뤄낸 것입니다. 각 기관 대상 성별 영향분석 평가도 어떻게 해야 할지 여가부가 짭니다. 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여가부는 아이디어를 내고 전략을 수립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합니다. 수립한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각 부처와의 협업이 필요합니다.”
김 장관은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여가부는 한쪽 성(性)만을 위한 부처가 아닙니다. 남성과 여성이 함께 가는 부처라는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또 오는 7월 여가부의 모법(母法)인 ‘여성발전기본법’이 ‘양성평등기본법’으로 전면 개정 시행됩니다. 여가부의 명칭도 양성평등청소년가족부로 가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합니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은? 양육비 상담·소송 서비스
지난달 25일 출범한 양육비이행관리원은 이혼했거나 미혼인 한부모가 비(非)양육 상대에게서 양육비를 쉽게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여성가족부 산하 기관이다. 변호사, 법무사 등으로 구성된 양육비이행관리원은 상담, 소송, 채권 추심 등의 서비스를 한자리에서 일괄적으로 제공한다. 한부모가족 47만가구 중 ‘양육비를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고 응답한 가구는 전체의 83%(39만가구)에 달한다. 김희정 장관이 찾은 집 황금복국
매콤한 복불고기·시원한 복지리탕…부산의 맛 그대로
복요리 전문점인 황금복국은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에 문을 열었다. 서울 삼성동 본점과 강남점에 이어 두 번째 지점이다. 국회의사당 정문 맞은편 동아빌딩 2층에 있다.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1번 출구에서 서강대교 방향으로 국회대로를 3분가량 걷다가 오른쪽 국회대로70길 방향으로 꺾으면 간판이 보인다.
200여석의 좌석을 갖춘 내부는 깔끔하다. 별도 방도 세 개 있다. 주 요리는 복불고기, 복찜, 껍질무침, 복막회, 복튀김, 복가스, 복탕수육, 복사시미, 복샐러드, 복전복고로케, 복가마살구이, 복수육, 복초밥, 생밀복 등이다. 복과 채소를 매콤한 양념에 볶아 먹는 복불고기(3만8000원)가 대표 메뉴다. 여러 음식을 맛보고 싶으면 복국정식 코스(2만5000원)를 주문하면 된다. 식사는 복지리탕과 매운탕을 선택할 수 있다. (02)784-9655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44)이 서른세 살에 여의도(국회)에 입성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10여년간 거쳐온 이력이다. 여기에 더해 그는 일곱 살 난 딸과 네 살배기 아들을 둔 워킹맘이다. 2009년 한국인터넷진흥원장으로 일을 시작한 것은 첫째 아이를 출산한 지 불과 1주일이 지났을 때였다. 기관 출범 준비를 위해 산후조리원에서 노트북을 끌어안고 살다시피했다. 2012년 19대 총선 때는 둘째를 임신한 만삭의 몸으로 재선에 성공했고 등원 직후 출산했다. 국회의원 시절에는 매일 첫째 딸을 데리고 국회로 출근해 국회 어린이집에 맡겼다.
장관, 지역구 국회의원, 아내, 엄마 등 1인 다역을 맡고 있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김 장관의 스케줄 탓에 ‘맛있는 만남’ 인터뷰는 2개월여 만에 이뤄졌다. 지난 2일 저녁 서울 여의도 황금복국.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하며 들어오는 김 장관의 밝은 얼굴에선 1인 다역에 따른 힘든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학생 자신이 교복 구입”
여의도 국회의사당 맞은편에 있는 황금복국은 이날로 개점 열흘째였다. 추천한 이유부터 물어봤다. “본점이 강남에 있는데 열흘 전에 여의도에 지점을 냈어요. 다른 곳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맛도 좋아요. 이곳 사장님과는 고향 선배이기도 하죠.”
김 장관은 지역구인 부산 연제구에서 초·중·고교를 나온 토박이다. 부산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그는 복이 비싼 음식이라는 사실을 서울에 올라와서야 알았다고 했다. “부산에서 복국은 다른 국밥보다 조금 비싼 음식으로 누구나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어요. 그런데 서울에 올라와서 복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첫 메뉴로 복껍질무침과 복샐러드가 나왔다. 복껍질무침을 한 점 넣자 새콤하고 쫄깃한 맛이 입안에 퍼졌다. 김 장관은 음식을 보니 학창 시절 친구들과 도시락을 먹던 때가 생각난다고 했다. “여고에 다닐 때 밥과 반찬을 양푼에 넣고 고추장으로 비벼 친구들과 함께 먹은 생각이 나네요. 각자 집에서 카레 등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와 나눠 먹은 기억도 납니다.”
김 장관의 학창 시절은 어땠을까. “고등학교 학생회장을 할 때였습니다. 당시 학교 측에서 제안한 곳은 가격이 너무 비싸더군요. 학교 측 제안 대신 학생들에게 직접 연판장을 돌려 학생들 스스로 교복을 더 싸게 맞출 수 있는 곳을 알아냈습니다. 우리가 직접 줄자로 수치를 재서 교복을 맞췄죠. 학교가 제안한 곳의 절반 수준 가격에 교복을 마련했습니다.”
◆‘차떼기당’ 오명 벗기 위해 출마 결심
김 장관은 고등학교 때 보여준 화려한 경력 때문에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운동권 선배들로부터 학생운동을 하자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선배들의 제의를 거절했습니다. 열심히 공부해 제도나 정책을 바로잡아 민주주의 제도가 정착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었어요.”
김 장관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1995년 당시 신한국당(옛 새누리당) 사무처 공채로 정치권에 첫발을 디뎠다. 연세대 석사과정 때 국회 소속 한국의회발전연구회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국회 생활을 경험한 것이 당직자를 지원한 계기였다. 그가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결심한 데는 2002년 한나라당의 ‘차떼기 대선 자금’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당시 한나라당은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대기업에서 수백억원의 불법 자금을 실은 트럭을 통째로 넘겨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당시 차떼기 사건이 불거지면서 새누리당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이 더러운 사람으로 매도당했어요. 우리 당에 젊고 깨끗한 사람도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2004년 총선 당시 그는 공천 개혁을 위해 도입한 공개 면접에서 쟁쟁한 현역 의원을 제쳐 파란을 일으켰다. 정치판에 명함도 제대로 내밀지 못하던 30대 초반의 신예가 워낙 똑 부러지고 야무지게 처신해 당 안팎에서 상당한 화제가 됐다고 한다.
◆“더 이상 저처럼 아이 키우는 사람 없어야”
복불고기와 복사시미 등 메인 메뉴가 테이블에 올랐다. “인터뷰는 천천히 하고 일단 식사부터 하죠.” 김 장관의 권유에 복불고기부터 맛봤다. 매콤하면서도 탱글탱글한 복어 살이 입안을 맴돌았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상황에서 어떻게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지 궁금했다. 김 장관은 “아이를 키우면서 직장생활을 병행하는 게 힘들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죠”라고 말하며 웃었다. “지금까지 아이들 때문에 일을 게을리한 적은 없지만 가정은 잘…. 산후조리와 육아휴직도 제대로 못했습니다. 더 이상 저처럼 아이 키우는 사람이 없도록 하는 게 제 임무입니다.”
김 장관은 막내아들과 관련된 일화를 담담히 풀어놨다. “제가 아침에 출근하기 위해 화장할 때가 되면 막내아들이 떼를 쓰며 울기 시작합니다. 화장하면 엄마와 떨어진다는 사실을 아이도 아는 거예요. 그럼 지하 주차장에서 아들과 함께 차를 타고 1층까지 같이 갑니다. 마음이 아프지만 1층에서 아이를 간신히 설득해 돌려보내죠. 이렇게 잠깐이라도 시간을 보내면 아이도 덜 보챕니다.”
여가부의 최대 정책 목표인 일·가정 양립은 부처 수장에게도 예외는 아닌 듯싶었다. 그의 개인사에 대해 더 물어보려는 찰나 김 장관이 화제를 돌렸다. “정치 얘기는 그만하고 이제 여가부 정책을 얘기하죠.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싶은 좋은 정책이 많아요.”
그는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 기자에게 보여줬다. 지난달 25일 문을 연 양육비이행관리원에 들어온 상담 신청 자료였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은 이혼했거나 미혼인 한부모가 비(非)양육 상대에게서 양육비를 쉽게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여가부 산하 기관이다. “한부모 가정은 대부분 양육과 가사, 생계를 혼자 도맡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드는 소송이나 이행명령 신청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변호사, 법무사 등으로 구성된 양육비이행관리원은 상담, 소송, 채권 추심 등의 서비스를 일괄적으로 제공합니다.”
지난달 25일부터 30일까지 양육비이행관리원에는 모두 1만252건의 상담 신청이 들어왔다. 하루 평균 2500건 이상의 상담 신청이 이뤄진 것이다. 김 장관은 “양육비이행관리원 제도는 부모보다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며 “아이들이 자라면서 사회에서 버림받았다고 느끼지 않도록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가부 명칭 양성평등청소년가족부로 바뀌어야”
마지막 식사로 뜨거운 복지리탕이 나왔다. 호호 불어가며 먹으니 머리에서 땀이 절로 났다. 김 장관은 “부산에서 먹던 복국과 맛이 똑같다”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여가부는 인력 290명에 한 해 살림 규모가 6400억원 수준이다. 다른 부처와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미니 부처’의 수장으로서 느끼는 한계가 있을까.
“직원들에게 여가부가 좋은 정책을 만들어서 다른 부처가 참여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올해부터 운영되는 ‘여성 전용 연구개발(R&D) 사업’은 여성 경제활동 참여 활성화를 위해 여가부와 중소기업청이 협력해 이뤄낸 것입니다. 각 기관 대상 성별 영향분석 평가도 어떻게 해야 할지 여가부가 짭니다. 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여가부는 아이디어를 내고 전략을 수립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합니다. 수립한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각 부처와의 협업이 필요합니다.”
김 장관은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여가부는 한쪽 성(性)만을 위한 부처가 아닙니다. 남성과 여성이 함께 가는 부처라는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또 오는 7월 여가부의 모법(母法)인 ‘여성발전기본법’이 ‘양성평등기본법’으로 전면 개정 시행됩니다. 여가부의 명칭도 양성평등청소년가족부로 가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합니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은? 양육비 상담·소송 서비스
지난달 25일 출범한 양육비이행관리원은 이혼했거나 미혼인 한부모가 비(非)양육 상대에게서 양육비를 쉽게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여성가족부 산하 기관이다. 변호사, 법무사 등으로 구성된 양육비이행관리원은 상담, 소송, 채권 추심 등의 서비스를 한자리에서 일괄적으로 제공한다. 한부모가족 47만가구 중 ‘양육비를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고 응답한 가구는 전체의 83%(39만가구)에 달한다. 김희정 장관이 찾은 집 황금복국
매콤한 복불고기·시원한 복지리탕…부산의 맛 그대로
복요리 전문점인 황금복국은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에 문을 열었다. 서울 삼성동 본점과 강남점에 이어 두 번째 지점이다. 국회의사당 정문 맞은편 동아빌딩 2층에 있다.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1번 출구에서 서강대교 방향으로 국회대로를 3분가량 걷다가 오른쪽 국회대로70길 방향으로 꺾으면 간판이 보인다.
200여석의 좌석을 갖춘 내부는 깔끔하다. 별도 방도 세 개 있다. 주 요리는 복불고기, 복찜, 껍질무침, 복막회, 복튀김, 복가스, 복탕수육, 복사시미, 복샐러드, 복전복고로케, 복가마살구이, 복수육, 복초밥, 생밀복 등이다. 복과 채소를 매콤한 양념에 볶아 먹는 복불고기(3만8000원)가 대표 메뉴다. 여러 음식을 맛보고 싶으면 복국정식 코스(2만5000원)를 주문하면 된다. 식사는 복지리탕과 매운탕을 선택할 수 있다. (02)784-9655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