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파운드 세금 못 걷어…집권 땐 2~3년 내 없앨 것"
반격 나선 캐머런 총리 "외국인 사업가·부유층
일자리 창출·투자에 기여…폐지해도 세금 늘지 의문"
반면 집권당인 보수당은 증세효과가 확실치 않은 데다 부유층이 영국을 떠나 오히려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이번 총선은 결과를 예측하기 가장 어렵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혼전을 띠고 있어 이 이슈에서 승기를 잡는 당이 정권을 쥘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폐지하면 10억파운드 세수 확대”
‘송금주의 과세제도’로 불리는 부유층 외국인 면세 혜택을 핵심 선거 쟁점으로 부각시킨 사람은 에드 밀리밴드 노동당 당수다. 밀리밴드 당수는 8일(현지시간) 영국 중부 코벤트리 지역에 있는 워윅대 연설에서 “송금주의 과세제 때문에 수억파운드의 세금을 걷지 못하고 영국을 조세피난처로 만들고 있다”며 “이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집권하면 2~3년 안에 제도 폐지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동당이 집권하면 재무장관으로 기용될 에드 발스는 제도가 폐지되면 10억파운드(약 1조6291억원)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하면서 밀리밴드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1799년부터 이어진 송금주의 과세제는 영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매년 5만파운드(약 8000만원)를 과세당국에 내면 해외 소득에 대해 영국으로 송금할 때까지 세금을 물리지 않는 제도다. 현실적으로 인도 등 식민지에서 번 돈을 영국으로 가져올 때까지는 세금을 매기기 어렵다는 게 이 제도가 도입된 배경이다.
200년이 지난 지금도 이 제도가 시행되는 것은 외국인 부자들을 영국에 머무르게 하는 데 유용하기 때문이다. ‘송금주의 과세제’를 적용받는 외국인 부호는 11만6000여명이며, 이 가운데 축구팀 첼시의 구단주인 러시아 출신 로만 아브라모비치와 인도 최고 부호인 락시미 미탈 아르셀로미탈 회장 등이 포함됐다.
“노동당은 참 혼란스러운 당”
노동당이 송금주의 과세제 폐지를 들고나오자 보수당은 “대혼돈이 시작될 것”이라며 즉각 반격에 나섰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10억파운드의 세수 증가를 전망한 에드 발스가 올초에는 오히려 세금이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던 사실을 꼬집으며 “노동당은 참으로 혼란스러운 당”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캐머런 총리는 평소 송금주의 과세제가 일자리 창출과 투자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기업과 금융계에서도 노동당 공약에 반발하고 있다. 부자들의 출국을 부채질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세법 변호사들은 송금주의 과세제가 사라지면 3만명 정도의 투자가들이 영국발 비행기를 탈 것이라고 경고한다”며 “영국에 사는 부자 외국인은 저소득 노동자 1000만명과 맞먹는 82억파운드의 세금을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수 확대 효과에 대한 의문 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영국의 비정부 싱크탱크인 회계연구원의 스튜어트 애덤 연구원은 “노동당이 주장하는 세수 증대 효과는 잘 모르겠다”며 “하지만 송금주의 과세제 폐지 부작용은 확실히 안다”고 말했다.
영국 정가는 송금주의 과세제 이슈가 이번 총선 결과를 가르는 승부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총선은 어느 선거보다 박빙 승부가 예상되고 결과 전망도 어렵다”며 “송금주의 과세제의 파괴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 송금주의 과세제
영국에서 장기 체류하는 외국인(non-domiciled residents)에게 5만파운드를 받고 해외에서 번 돈을 영국으로 들여오지 않는 한 세금을 면제해주는 제도.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