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 수출  '날개'…260억弗 흑자 '사상 최대'
대표적인 ‘만성 대(對)일 적자산업’으로 꼽혀왔던 한국 소재·부품산업이 달라지고 있다. 소재·부품의 경쟁력이 향상되면서 오히려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의 버팀목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의 경쟁력이 고르게 높아지면서 대(對) 중국 수출액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 1분기 소재·부품 수출액이 667억달러, 수입액은 407억달러로 260억달러(약 28조원)의 무역흑자를 냈다고 9일 밝혔다. 1분기에 거둔 소재·부품 무역흑자와 수출 규모로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소재·부품 교역은 지난해 처음 연간 무역 흑자 1000억달러를 달성한 뒤 순조로운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게 산업부의 분석이다. 지난해 한국 소재·부품산업의 흑자 규모는 1079억달러로 전체 무역수지 흑자액(474억달러)의 2.3배를 기록했다.

특히 올 1분기엔 전자부품(236억달러)과 일반기계부품(63억달러), 전기기계부품(60억달러) 부문의 수출액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1.2%, 4.8%, 9.0% 증가하면서 전체 소재·부품 수출 증가세를 주도했다.

지역별로는 중국에 전체 수출액의 34.7%에 해당하는 233억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이는 전년 동기(219억달러)보다 6.3% 늘어난 수치다. 중국 다음으로는 미국(68억달러)에 소재·부품을 많이 수출했다.

이 덕분에 과거 한국 무역의 ‘아킬레스건’이었던 대(對)일본 소재부품 의존도도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그동안 일본에서 소재, 부품을 수입해와 한국에서 가공해 다시 수출하는 산업구조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전체 소재부품 수입액 중 일본에서 수입한 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인 ‘대일 소재부품 의존도’는 2009년 25.3%에 달했지만 올 1분기 들어 사상 최저 수준인 17.1%까지 떨어졌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소재·부품산업이 국가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 ‘효자산업’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은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의 고른 성장 덕분이다. 삼성 LG가 전 세계에서 닦아놓은 입지를 발판으로 꾸준한 연구개발(R&D)로 자체 기술력을 갖고 있던 중소·중견기업 역시 수출길을 어렵지 않게 틀 수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가전제품용 부품업체 세고스. 이 회사는 냉장고, 오븐 등 수납형 가전기기의 문을 쉽게 여닫을 수 있도록 하는 슬라이드 부품을 국내 최초로 국산화에 성공해 제너럴 일렉트릭(GE), 하이얼 등에 납품하고 있다. 지난해 수출액은 전년 대비 56.1% 증가한 1640만달러였다. 김종하 세고스 기술연구소장은 “2012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3.9% 관세가 철폐되면서 납품가가 낮아져 대미 수출액이 급격히 늘었다”고 말했다.

보안장비 업체 ITX시큐리티 역시 2012년 30억원을 투자해 고화질 CCTV 등에 사용되는 영상저장장치(MVR)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 총 600억원의 수출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정의석 부사장은 “북미, 남미, 유럽 등 60개국에 수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