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이 급속도로 빠져나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한 수준이란 지적까지 나온다.

영국 국가부채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1~2월 두 달간 외국인은 140억파운드(약 22조5415억원)어치의 영국 국채를 팔아치웠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0일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2009년의 같은 기간보다 많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노무라증권 유럽 채권투자전략 책임자의 말을 인용, “영국 채권 불매 운동이 일어난 것 같다”고 전했다.

영국 채권이 외면받는 가장 큰 이유는 불확실한 총선결과다. 보수당이 계속 집권하게 될지, 노동당이 정권교체에 성공할지 여전히 안갯속이다. 영국 경제 전반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투자자의 이탈을 가속화하고 있다. 영국의 재정적자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5.5%에서 조만간 6%까지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영국은 전쟁을 치르지 않는 한 재정적자가 6%까지 간 적이 없다.

경제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은 파운드화 약세로 이어지고 있다.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현재 파운드당 1.48달러 수준으로 작년 7월 파운드당 1.71달러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모건스탠리는 파운드화 가치가 1.38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