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변하고 있다. 계열사의 업무를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실무조직으로 바뀌고 있다.

10일 삼성에 따르면 미래전략실은 최근 부장급 직원을 대거 계열사로 보내고, 상대적으로 젊은 차장들을 받아들였다. 과거엔 각 계열사의 ‘에이스급’ 부장들이 미래전략실에 왔다가 임원으로 승진한 뒤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미래전략실에 오면 임원 승진이 보장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최근엔 달라졌다. 미래전략실 직원들의 발탁 승진이 크게 줄어들었다. 또 예년엔 최고 수준의 성과인센티브(OPI·연봉의 50%)를 받아왔지만, 지난해엔 이 금액을 상당히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전략실은 전략 1팀, 전략 2팀, 커뮤니케이션팀, 경영진단팀, 기획팀, 인사지원팀 등 6개 팀과 준법경영실로 구성돼 있다.

이런 변화는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실장은 “계열사 위에 군림하지 말고 진짜 도움을 주는 조직이 되자”고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임원 승진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각 팀에서 한 명 정도만 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삼성이 점점 글로벌화하고 사업 범위가 넓어지면서 150명 남짓한 미래전략실이 그룹의 모든 사안을 챙기기가 어려워진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은 최근 해외 법인의 직원들을 본사에서 파견하기보다는 현지에서 채용하는 쪽으로 바꾸고 있다.

삼성전자 인수합병(M&A)과 미래 먹거리 발굴 등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실리콘밸리 전략혁신센터를 이끌고 있는 손영권 사장이 대표적이다. 손 사장은 애질런트 등 미국 기업에서 오래 일하다가 2012년 삼성에 합류했다. 그는 특정 사안에 대해 이재용 부회장과 직접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모 조직보다는 현업 부서와 현안을 논의하길 좋아하는 이 부회장의 업무 스타일이 간접적으로 영향을 줬다는 얘기도 있다. 이 부회장은 사업과 관련한 주요 사안에 대해 각 계열사 사장들과 직접 논의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