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여력이 있는 40~50대들이 증권시장으로 속속 뛰어들고 있다. 지난 1분기 국내에서 주식을 사고판 투자자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가까이 늘었다.

[박스권 뚫은 증시] "휴면계좌 어떻게 되살리나" 문의 빗발
키움증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50대 투자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40% 늘었다. 40대 투자자의 증가폭도 19.13%에 달했다. 20대(12.97% 증가)와 30대(13.86% 증가) 투자자도 늘었지만 40~50대 증가세엔 미치지 못했다. 이베스트증권의 데이터도 엇비슷하다. 같은 기간 40대 투자자는 18.33%, 50대 투자자는 16.35% 늘어 전 연령대 중 투자자 증가세가 가장 뚜렷했다.

키움증권에선 60대 투자자의 증가세도 가팔랐다. 전년 동기 대비 투자자 증가율이 40대, 50대와 엇비슷한 19.51%에 달했다. 안전자산을 고집하는 은퇴자들까지 주식시장에 대거 뛰어들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조사는 매월 한 번 이상 주식거래를 한 투자자들이 얼마나 되는지를 비교하는 방법으로 이뤄졌다. 키움증권과 이베스트증권은 개인 고객이 중심인 온라인증권사 1~2위 업체다. 지난 3월 이 두 증권사를 통해 주식을 거래한 투자자는 36만여명에 달했다.

김희재 키움증권 리테일전략팀장은 “수년간 거래가 없었던 휴면계좌를 다시 사용하기 위해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재발급받으려는 고객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며 “저금리로 돈 굴릴 때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증시가 달아오르자 일제히 몰려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직접 증권사 지점을 찾는 투자자도 많아졌다. 요즘 대신증권 여의도 본점에서 대기표를 뽑으면 두 자리 숫자가 나온다. 평소 1~2명에 불과한 대기 고객이 10명 이상으로 늘어났다는 의미다. 아이를 데리고 계좌를 개설하러 온 ‘엄마 부대’, 삼삼오오 짝을 이뤄 유망주에 대해 논의하는 ‘주식 스터디 모임’도 객장 내에서 자주 목격된다. 2100을 넘었던 2011년 이후 사라진 강세장 풍경이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강준규 대신증권 강남선릉센터 부센터장은 “40~50대는 비교적 안정성이 높은 주가연계증권(ELS)이나 채권형 펀드에 60~70% 정도의 자금을 넣고 나머지는 주식에 투자한다”며 “과거에 비해 위험자산인 주식에 배분하는 자금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원금보장형 연금펀드를 공격적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주식형으로 바꾸는 사례도 많다”고 덧붙였다. 김미수 하이투자증권 교대역지점 부장은 “40~50대 투자자의 최대 관심 업종은 화장품과 바이오”라며 “대형주보다 중소형주에 대한 문의가 많다”고 전했다.

송형석/심은지/민지혜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