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연비로 무장한 국내차, 수입차에 도전
투싼 vs 티구안 i40 vs 파사트 등 정면승부
라이벌차 성능 강조·브랜드 홍보 '윈윈 효과'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17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투싼의 완전변경 모델을 내놓으며 폭스바겐의 티구안을 경쟁자로 지목했다. 투싼이 판매량 면에서 5배 가까이 많지만 소비자 호감도에서는 티구안을 무시할 수 없다. 투싼은 티구안보다 저렴하지만 성능 면에서 뒤질 게 없다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4일 만에 예약 차량 대수가 4000대를 넘어설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티구안도 투싼 효과를 봤다. 투싼이 티구안을 홍보해주면서 새 모델인 ‘올 뉴 투싼’이 태어난 날 티구안이 인터넷 검색어 부문에서 상위권에 올랐다. 그래서인지 티구안은 지난달 사상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작년 월평균 판매량(675대)에 비해 54% 이상 늘었다.
지난 2월 업그레이드 모델로 돌아온 ‘더 뉴 i40’는 폭스바겐의 파사트와 정면 승부를 예고했다. 성능에 비해 저평가돼 있을 뿐 아니라 디젤 중형 세단의 대표주자인 파사트에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다고 판단해서다. 국내 목표 판매량도 작년보다 50% 높게 잡았다.
르노삼성자동차의 소형 SUV인 QM3는 이달 초 페이스북에서 결전을 신청했다. 상대는 미니 컨트리맨과 폭스바겐 골프였다. 르노삼성의 공식 페이스북에는 “미니야 한판 붙자” “골프야 한판 붙자”는 문구가 담긴 그림이 올라 있다. 연비와 디자인에서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해 소형 SUV의 대표 모델인 미니 컨트리맨과 골프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수입차끼리도 맞불
맞짱 전략은 국산차와 수입차 사이에서만 성립되는 건 아니다. 최근 들어 수입차끼리도 치고받는 일들이 늘고 있다. 닛산의 소형 SUV인 캐시카이도 투싼처럼 티구안을 경기장으로 불렀다. 세계 시장에서 200만대 이상 팔린 스테디셀러지만 한국에선 신인에 속해 인기 모델인 티구안을 끌어들였다. 1.6L 디젤 엔진이어서 2.0L인 티구안에 비해 체급은 낮지만 차량 크기는 뒤지지 않는다. 복합연비는 L당 15.3㎞로 13.8㎞인 티구안을 앞선다.
도요타의 신형 캠리도 i40처럼 파사트와의 일전을 선언했다. 그러나 정확한 경쟁 상대는 다르다. i40가 디젤 모델인 파사트 TDI와 싸운다면 캠리는 같은 가솔린 모델인 파사트 TSI를 겨냥했다. 그래서 i40가 높은 연비를 장점으로 내세우는 반면 캠리는 정숙성과 부드러운 승차감을 강점으로 꼽고 있다.
작년부터 한국 시장 공략에 적극적인 미국의 캐딜락은 독일 프리미엄 세단을 정조준하고 있다. 캐딜락 CTS는 수입 중형 세단의 맞수인 BMW 5시리즈와 벤츠 E클래스를 경쟁자로 정했다. 준중형 세단인 ATS는 BMW 3시리즈에 필적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CTS와 ATS가 성능 면에서 독일 세단에 뒤지지 않으며 가격은 1000만원가량 낮다는 게 캐딜락 측의 설명이다.
작년 6월 국내에 나온 푸조 뉴308은 해치백(뒷좌석과 트렁크가 연결된 차량)의 스테디셀러인 ‘골프’를 잡기 위해 태어났다고 공언하고 있다. 지난해 제네바모터쇼에서 ‘올해의 자동차’로 선정될 정도로 국제적으로 공인받은 모델이어서 인지도만 끌어올리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시트로앵의 해치백형 오픈카인 DS3 카브리오는 ‘미니’와 싸우겠다고 선언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관계자는 “신차를 출시하면서 경쟁 모델을 선정하면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모델과 비교되는 구도를 만들 수 있다”며 “자연스럽게 인지도가 올라가는 장점이 있어 맞짱 뜨기식 마케팅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