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채널 Mnet은 실력 있는 ‘꾼’들의 대결로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종영한 ‘언프리티 랩스타’와 지난 3일 첫 회를 방영한 ‘댄싱9 시즌3’가 대표적이다. 둘 다 경연 방식으로 우승자를 가리는 ‘서바이벌 리얼리티’ 프로그램이지만 확실한 차별점을 뒀다. 경연에 나서는 이들이 해당 분야에서 프로로 활동하는 실력자라는 것이다. 기존 서바이벌 리얼리티는 대부분 오디션 형식으로 일반인 중 새로운 인재를 찾아 대중에게 선보이는 프로그램이었다.
여성 래퍼 간 대결 ‘언프리티 랩스타’
‘언프리티 랩스타’는 여성 래퍼들이 무대에서 실력을 겨루는 프로그램이다. ‘턴업’(분위기를 살리자는 뜻) 등 여러 유행어를 남기며 화제를 모은 힙합 서바이벌 리얼리티 ‘쇼미더머니’의 스핀오프(파생 프로그램)로 시작했다. 우승자들이 프로로 데뷔하는 게 아니다. 출연진 9명 모두가 이미 가수로 활동하거나 방송 경력이 있는 프로다. 그룹 업타운 출신으로 10년 차 경력을 가진 제시, 걸그룹 AOA 리더 지민 등이 출연했다.
힙합 음악계에서 상대적으로 비주류 취급을 받던 여성 래퍼 간 대결은 연일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성공을 거뒀다. 프로그램에서 선보인 음악도 마찬가지였다. 우승자인 치타(사진 위)가 지난달 26일 마지막 방송에서 공개한 ‘아무도 모르게’는 주요 음원 사이트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결승전에 올라간 지민의 ‘푸스(Puss)’도 10위권에 올랐다. 오는 25일에는 출연진이 함께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콘서트를 연다. Mnet은 이런 호응에 힘입어 ‘시즌2’를 제작할 계획이다.
이름난 춤꾼들의 합동 무대 ‘댄싱9’
춤꾼들의 무대를 보여주는 ‘댄싱9’도 기존 실력자들을 기용했다. 개개인의 실력을 겨루는 것이 아니라 팀별로 대결하는 것이 특징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이름난 무용가들이 함께 만드는 공연에 초점을 맞췄다.
이전 시즌 우승팀 간 대결을 벌이는 것도 독특하다. 시즌1 우승팀 레드윙스와 시즌2 우승팀 블루아이가 경연을 펼치고 있다. 비보이 하휘동과 현대무용가 최수진을 포함한 22명이 출연한다. ‘고수들의 대결’이다. 하휘동은 ‘비보이계의 월드컵’으로 불리는 ‘배틀 오브 더 이어’의 첫 번째 한국인 우승자다. 최수진은 뉴욕 시더레이크 컨템퍼러리 발레단에서 활동 중인 무용가로, 국립현대무용단 창단 회원이다.
여기에 세계적인 재즈댄스 안무가 우현영, 전 댄스스포츠 국가대표 박지은 등이 멘토로 참여했다. 첫 방송 무대부터 호평이 쏟아졌다. 벨기에 피핑톰 무용단에서 활동 중인 현대무용가 김설진의 ‘광대’ 무대 영상은 3일 만에 300만건이 넘는 조회수를 올렸다.
방송사도 출연자도 ‘윈윈’
이들 프로그램이 인기를 모으는 것은 실력파 출연진이 좋은 콘텐츠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오광석 ‘댄싱9’ 책임 프로듀서는 “이미 기량을 인정받은 프로들이 무대를 꾸며 공연 수준이 높다”며 “공연 무대를 더 보고 싶다는 팬들의 바람에 부응하고자 연 갈라쇼의 인기도 높았다”고 말했다. 시즌이 끝날 때마다 연 ‘댄싱9 갈라쇼’는 전회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각자 따로 활동하던 ‘고수’들이 한데 모였을 때 보여주는 색다른 모습도 매력이다. 댄싱9의 백미는 합동 무대다. 서로 다른 장르의 춤을 춰온 무용가들이 조화를 이뤄 새로운 무대를 만들어낸다. 경력이 있는 출연진의 과거 모습이나 활동 이력이 프로그램에 이야깃거리를 보탠다는 것도 흥미를 끄는 요인이다. 언프리티 랩스타 출연진이 과거에 낸 음원이나 뮤직비디오는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화제가 됐다.
Mnet이 속한 CJ E&M의 김지영 방송홍보팀장은 “프로 출연진 중에는 실력이 대단하지만 마니아 사이에서만 이름이 알려진 경우가 많다”며 “실력자들은 일반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고, 방송사는 양질의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윈윈’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