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채용 작년 355명→올해 800명…윤종규를 움직인 이메일
국민은행은 지난 2월 초까지 올해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계획을 정하지 못했다. 내부에선 수익성 악화로 상반기엔 아예 신입사원을 뽑지 말자는 의견도 나왔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사진)의 생각도 비슷했다. 그런데 한 달 뒤 윤 회장은 “올해 채용 규모를 작년 355명의 두 배가 넘는 800여명으로 확대하겠다”고 마음을 바꿨다. 한 달 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12일 국민은행에 따르면 윤 회장이 마음을 바꾼 데에는 취업준비생의 이메일 한 통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사연은 이렇다. 국민은행이 상반기 채용을 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 2월 초, 대학 졸업 예정자인 A씨는 윤 회장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안녕하세요 윤종규 회장님. 저는 은행권 취업을 목표로 하는 학생입니다”로 시작하는 이메일에서 A씨는 “국민은행의 채용 계획이 없다는 소식을 듣고 아쉬운 마음을 적어 보낸다”고 썼다. 또 “바늘구멍 같은 취업관문을 통과하는 것은 저희의 몫입니다. 그 문을 열어만 주기를 희망합니다”고 간곡하게 부탁했다.

윤 회장은 “국민은행에 관심을 가져준 데 감사하다”며 “신규 채용과 관련해선 인원과 채용 대상이 미정”이라고 답신을 보냈다. 20대 자녀가 있는 윤 회장은 이메일을 받고서 청년 일자리가 부족한데 신규 채용을 늘릴 수 없어 안타까운 마음뿐이었다고 한다. 때마침 정부에서도 은행권에 청년 일자리 확대를 위해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하던 참이었다.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하던 윤 회장은 인사팀에 올해 채용을 늘릴 수 있는지를 검토해보라고 지시했고 결과는 고무적이었다. 국민은행 인사팀은 향후 20여년간 퇴직자가 신규 인력보다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올해 신입사원 채용을 늘려도 된다는 의견을 냈다.

윤 회장은 즉각 인사팀에 올해 채용인원을 작년 대비 두 배 이상으로 늘릴 것을 주문했다. 국민은행의 채용확대 계획이 발표된 지난달 29일. 윤 회장은 A씨로부터 또 한 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쉽지만은 않았을 국민은행의 결정에 감사드립니다. 최선을 다해 좋은 소식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는 내용이었다. 윤 회장은 “이메일을 열어본 뒤 취업준비생들에게 작은 위안이 됐다는 생각에 뿌듯했다”고 귀띔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