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셰익스피어 매력에 대극장 무대 복귀 결심"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연극 '페리클레스' 1인2역
햄릿처럼 운명 고뇌하는 페리클레스 대사에 빠져
정치 후회 없지만 이제 안 해
햄릿처럼 운명 고뇌하는 페리클레스 대사에 빠져
정치 후회 없지만 이제 안 해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64)이 10년 만에 대극장 연극 무대에 선다. 예술의전당이 제작하는 연극 ‘페리클레스’(다음달 12~31일, CJ토월극장)에서 해설자 겸 늙은 페리클레스로 나온다.
2011년 장관 직을 그만둔 뒤 극단 광대무변이 제작한 연극엔 꾸준히 출연했지만 국공립극단이 제작하는 대형 작품 무대에 서는 것은 2005년 예술의전당의 ‘홀스토메르’ 이후 처음이다. 1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유 전 장관을 만나 ‘페리클레스’를 선택한 이유를 물었다.
“셰익스피어이기 때문이죠. 그동안 누릴 것은 다 누린 사람이라고 생각해 크고 화려한 대극장 무대 대신 주로 음지에서 활동하고 있었는데 셰익스피어 작품은 거부하기 힘들었어요. 페리클레스는 국내에 한 번밖에 상연되지 않은 작품이라 더 마음이 끌렸습니다.”
‘페리클레스’는 셰익스피어의 후기 낭만주의 경향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타이어 왕국의 왕자 페리클레스가 앤티어크 왕국 공주의 미모에 빠져 왕이 낸 수수께끼를 풀겠다고 나서며 극이 전개된다.
“작품의 대사 하나하나가 시적입니다. 어떻게 그 옛날에 이런 대사를 썼을까 감탄하게 됩니다.”
유 전 장관은 다음달부터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있는 자신의 극장 유시어터(250석)를 재능 있는 연극인들에게 하루 1만원에 대관하기로 했다. 이 극장의 기존 대관료는 하루 70만원이다. 대학로 소극장의 임대료는 30만~80만원이다.
“최근 대학로는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소극장이 줄줄이 폐관하고, 젊은 연극인은 대관료를 감당하지 못해 대학로 밖으로 밀려나고 있어요. 이제 후배에게 선배 노릇을 해야 한다는 책임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1만원 대관’도 그런 의미에서 결심했어요.”
유 전 장관은 정치권에서 ‘8년간의 외도’를 하고 연극계로 돌아온 뒤 쉽지 않은 길을 걸었다. “정치라는 게 여야가 있듯 반대파가 있다 보니 아무래도 적이 많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당시 올바른 일이냐, 그렇지 않은 일이냐를 기준으로 결정을 내렸지 정치적으로 결정한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정치했던 것을) 후회하진 않아요.”
그는 “잃은 게 있었으면 얻은 것도 있었을 것”이라며 “정치는 8년이나 했으니 이제 충분하다”고 말했다. ‘페리클레스’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극중 대사 한 구절을 읊는 것으로 갈음했다. “아무리 폭풍이 쳐도 우리가 잡을 수 있는 ‘밧줄’이 있고, 헤어지더라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는 것. 그게 산다는 것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