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에 질식…은행, 해외로 뛴다
국내 은행들이 해외 진출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올해 우리·하나·신한은행 등이 신설하는 해외 지점만 역대 최다인 50개를 웃돌 전망이다. 농협은행은 첫 해외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저금리로 국내 시장의 수익성이 떨어지자 고수익을 낼 수 있는 동남아시아 등 신흥 시장에서 활로를 찾으려는 전략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올해 말까지 해외 7개국에 25개 지점을 신설하기로 했다. 인도네시아에 10개 지점을 새로 내는 것을 비롯 미국에 3개, 중국에 5개 지점을 늘린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영업에도 드라이브를 걸 것”을 강하게 주문하고 있다.

신한은행 역시 올해 약 10개의 해외 지점을 새로 연다. 지난달 베트남 호찌민에 지점을 개설한 데 이어 올해 베트남에만 3개 지점을 더 내기로 했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지난달 정기주주총회에서 “해외 진출 지역과 사업 영역을 확대해 글로벌 사업에서 실질적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통합을 앞둔 하나·외환은행도 올해 10곳가량의 해외 지점을 개설할 계획이다.

은행들이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는 것은 국내 시장에선 수익성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은행 간 과당경쟁에 더해 연 1%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주요 은행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1% 중반으로 뚝 떨어졌다. 동남아 등 신흥국 시장에선 연 5~6%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시중은행의 한 부행장은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는 여전히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고 있어 대출금리를 높게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신영/이태명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