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검찰총장이 ‘성완종 리스트’ 수사와 관련해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한 12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들어서던 중 취재진의 질문에 두 손을 흔들며 대답을 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태 검찰총장이 ‘성완종 리스트’ 수사와 관련해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한 12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들어서던 중 취재진의 질문에 두 손을 흔들며 대답을 피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의 칼끝이 정치권을 향했다. 청와대 전·현직 비서실장 3명을 포함한 정권 핵심 인사 8명의 이름이 적힌 ‘성완종 리스트’가 발견된 지 이틀 만이다. 검찰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금품 전달 의혹’ 사건을 본격 수사함에 따라 정치권에 큰 파문이 예상된다.

김진태 검찰총장이 ‘성완종 리스트’에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은 의혹이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상황에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검찰 관계자는 12일 대검찰청 긴급 간부회의 직후 “의혹이 추가로 제기돼 문제를 정리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와 오늘 아침에 팀 구성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특별수사팀은 문무일 대전지검장(사법연수원 18기)이 팀장을 맡고, 구본선 대구서부지청장, 김석우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 등 검사 10명 내외로 구성된다. 문 지검장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팀에 파견됐고, 구 지청장은 2006년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각의혹 수사를 한 경험이 있다.

수사 관련 내용은 수사팀에서 윤갑근 대검 반부패부장과 검찰총장에게 바로 보고된다. 검찰총장이 수사를 총괄지휘하는 모양새다.

검찰 수사는 금품 전달 시기와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홍준표 경남지사와 홍문종 의원 등을 시작으로 확대될 것으로 알려졌다. 성 전 회장은 자살 직전 언론 인터뷰에서 홍 지사에게 2011년 5~6월 1억원을, 홍 의원에게는 2012년 대선 때 2억원을 줬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돈이 각각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의 대선자금과 홍 지사의 한나라당 대표 경선 비용 명목이었다고 적시했다. 홍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2억원에 대해서는 대선자금 수사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홍 의원은 2012년 대선 때 선대위원회 조직총괄본부장을 지내 대선자금에 쓰였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홍 의원은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어 “전혀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황당무계한 소설”이라며 “단 1원이라도 받았다면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강력 부인했다.

검찰은 특히 2011~2012년이라는 시기에 주목하고 있다. 정치자금법 공소시효는 7년이어서 3년 넘게 수사할 시간이 남아 있다. 대가성 있는 뇌물로 판단하더라도 1억원 이상 수뢰죄의 공소시효는 10년이다. ‘성완종 리스트’에 적힌 정치권 인사 8명 중 적어도 홍 지사와 홍 의원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라는 법리적 장애물이 사라진 셈이다.

김기춘·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향해 제기된 의혹은 공소시효 문제가 수사 여부를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성 전 회장이 김 전 실장에게 미화 10만달러를 줬다고 주장한 시기는 2006년 9월이다. 허 전 실장도 2007년으로 이미 7년 이상 지났다. 이 돈을 불법 정치자금으로 본다면 공소시효(당시 법 기준 5년)가 이미 끝났다. 대가성 있는 뇌물이라고 판단할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의 공소시효인 10년을 적용할 수 있다.

미화로 받았다는 김 전 실장은 2006년 당시 환율(9월26일 매매기준율 1달러=944원)을 적용하면 한화로 1억원이 안 된다. 뇌물로 보더라도 공소시효가 7년으로 줄어들어 처벌할 수 없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이 사망 당시 가지고 있던 휴대폰 2대를 경찰로부터 확보해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은 이 전화기 2대를 정밀 분석하고 삭제된 과거 기록도 복원해 금품 로비와 관련한 추가 단서가 있는지 확인하기로 했다.

대검 관계자는 “서울중앙지검 특수 1부에서 진행하는 자원 외교 등 부정부패 수사는 한 치의 차질도 없이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해외 자원개발 사업 수사는 일정 부분 차질을 빚게 됐다.

배석준 기자 eul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