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필기시험인 삼성직무적성검사(SSAT)가 치러진 12일 서울 대치동 단국대사범대부속고에서 시험을 마친 응시생들이 고사장을 나서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삼성그룹 필기시험인 삼성직무적성검사(SSAT)가 치러진 12일 서울 대치동 단국대사범대부속고에서 시험을 마친 응시생들이 고사장을 나서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지난 주말(11~12일) 국내 대졸 채용시장의 최대 행사인 삼성·현대자동차그룹의 입사 필기시험이 치러졌다. 두 그룹이 6000명 안팎(삼성 4000~4500명, 현대차그룹 약 2000명)을 뽑는 이 시험에는 약 11만명의 응시자가 몰려 청년 취업난을 실감케 했다. 결시자들도 예년에 비해 대폭 줄었다.

16개 계열사에서 신입사원·인턴을 뽑는 삼성그룹은 이번 SSAT 상식영역에서 경제·역사 문제를 60%나 출제했다. 현대차그룹의 직무능력검사(HMAT) 응시자들은 “역사에세이는 평이한 반면 공간지각 영역은 이공계생도 풀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오는 주말에도 대기업 입사시험은 계속된다. 18일은 LG·금호아시아나그룹, 19일은 CJ·LF가 인·적성 시험을 치른다.

삼성 SSAT 문제

▶‘시계’ ‘비밀’과 연관되는 키워드 10가지를 쓰시오.
▶느낌표(!)-물음표(?)의 차이를 그림으로 표현하시오.
▶식상한 용어가 된 ‘본방사수’란 문구를 창의적으로 표현하시오(제일기획 광고직)


현대차 역사에세이 문제

▶현대자동차그룹의 기업이념 5대 가치(고객 최우선, 도전적 실행, 소통과 협력, 인재 존중, 글로벌 지향) 중 2가지 이상을 골라 역사적 사건과 연계해 설명하시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이라는 사건은 미국 탄생의 토대라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원주민 약탈이라는 부정적인 부분도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설명하시오.


○‘삼성고시’ 경제·역사 비중 높아

12일 치러진 SSAT 상식영역은 차세대 정보기술(IT)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문제가 많았다. 예컨대 ‘핀테크, 빅데이터의 개념을 각각 알맞게 설명하는 지문을 고르시오’ 등 삼성이 최근 관심을 두고 있는 신성장 분야를 다뤘다. 생활과학과 관련된 문제도 눈에 띄었다. 차가운 물이 담긴 컵 벽면에 물방울이 맺히는 원리(응결)와 관련된 화학문제 등이 출제됐다. 한국사 9문제, 세계사 6문제 등 역사 관련 문제도 15문제나 나왔다. 분서갱유, 아편전쟁 등 중국 역사에 대한 전반적인 맥락을 알아야 풀 수 있는 문제들이 출제됐다. 한국사 영역에서는 삼국시대 흐름, 정약용과 흥선대원군의 업적 등을 묻는 문제가 나왔다.

제일기획 광고직 SSAT에선 ‘느낌표와 물음표의 차이를 그림으로 표현하라’ ‘비밀이라는 단어에 대해 떠오르는 키워드 10개를 제시하라’는 응시자의 창의성을 묻는 주관식 문제도 나왔다. 하지만 그동안 SSAT에 단골로 등장했던 삼성 관련 문제는 없었다. ‘갤럭시S6’등 삼성제품과 사업에 대해 공부하느라 고생했는데 문제가 나오지 않아 당황했다는 응시자들이 많았다. 삼성은 올해 하반기부터는 직무적합성평가를 먼저 통과해야만 SSAT 응시 기회를 주는 새로운 채용 방식을 도입할 방침이다.
지난 11일 서울 잠실동 신천중학교에서 현대차 직무능력검사(HMAT)를 마친 응시자들이 밥버거와 음료수를 들고 고사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공태윤 기자
지난 11일 서울 잠실동 신천중학교에서 현대차 직무능력검사(HMAT)를 마친 응시자들이 밥버거와 음료수를 들고 고사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공태윤 기자
○현대차 역사에세이 평이

지난 11일엔 현대차그룹이 HMAT를 서울, 부산, 전주에서 치렀다. HMAT 역시 단순 암기보다는 역사에세이를 중심으로 응시자의 기본 자질을 평가하는 데 집중했다. 응시자들은 역사에세이가 평이한 반면 공간지각 영역은 무척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현대모비스에 지원한 박모씨(27)는 “5교시 공간지각 문제가 완전히 새로운 유형이라 시간이 많이 부족했다”며 “직무가 아닌 지능지수(IQ)가 좋은 응시자만 뽑으려는 것 같아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자료해석 영역에선 자동차 생산량과 내수·수출 비중, 자동차 부품 수출입 현황 등 현대차그룹 관련 문제들이 출제됐다.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은 필기시험 합격자를 대상으로 각각 4월 말과 4월27일부터 1차면접을 실시할 예정이다.

정지은/공태윤/강현우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