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 당찬 무대 인생…"32역(役)으로 산 것 같아요"
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65·사진)은 2005년 초연한 연극 ‘벽 속의 요정’을 통해 ‘천(千)의 얼굴’이란 새로운 별명을 얻었다. 모노드라마(1인극)인 ‘벽 속의 요정’은 남편인 연극연출가 손진책 극단 미추 대표가 아내의 연기 인생 30주년을 맞아 선물로 준 작품이다.

김 감독은 이 작품에서 어린아이에서 노인까지 32명에 달하는 배역을 혼자서 해낸다. 30년간 무대에서 쌓은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갈채를 받았다. 오랫동안 연극무대에 섰지만 ‘마당놀이’의 얼굴로 알려졌던 ‘김성녀’가 관객에게 연극배우로 인식되는 무대였다.

김 감독이 40여년의 무대 인생을 담은 자서전을 펴냈다. 책 제목이 《벽 속의 요정》(문학세계사)이다. 그는 1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까지 국악인 연극배우 가수 대학교수 예술감독 등 다양한 삶을 살았다”며 “‘벽 속의 요정’처럼 32역을 살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 책에 가족사부터 무대 인생, 선후배 이야기, 배우의 마음가짐까지 그의 삶을 오롯이 실었다. 거침없고 솔직하고 ‘여장부’다운 그의 성격이 책에도 그대로 묻어난다. 그는 “고생하고 힘들었던 순간부터 영광의 기억까지 가감 없이 털어놓았다”며 “열심히 살아가는 한 여자의 이야기가 무대를 삶으로 선택한 젊은이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책에서 관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앞으로도 “관객과의 호흡에 정성을 쏟겠다”고 했다. ‘좋은 배우의 조건’에 대해 책 끝부분에 이렇게 썼다. “관객과의 소통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고, 관객과의 약속을 반드시 지키려는 마음, 관객을 무서워할 줄 아는 겸손함을 잊지 않고 무대에 서는 배우다.”(283~284쪽)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