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톰슨 로이터, 시스코, 오라클 등 세계 최고의 기업 간 거래(B2B) 업체와 잇달아 ‘플랫폼’ 사업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제품 판매량과 이익률을 한번에 높이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전략이 구체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B2B 기업 최고경영진 잇달아 면담

1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에 본사를 둔 미디어그룹 톰슨 로이터의 데이비드 톰슨 회장 등 최고경영진이 조만간 한국을 방문한다. 이들은 이 부회장을 만나기 위해 일정 등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톰슨 로이터는 원자재와 환율 동향 등 각종 정보를 유료로 제공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톰슨 로이터가 제공하는 유료 정보를 볼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을 두 회사가 공동 개발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올 들어 세계 최대 기업용 데이터베이스(DB) 관리 업체인 오라클과도 연쇄 회동했다. 지난 1월 신종균 삼성전자 IM(IT·모바일)부문 사장이 한국을 방문한 마크 허드 오라클 사장과 만났고, 양사 실무진의 면담이 이어졌다. 두 회사는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오라클의 기업용 DB 관리 시스템을 공동 개발한다는 내용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세계 1위 네트워크 장비 업체 시스코의 댄 위긴스 부사장이 방한해 황득규 삼성전자 DS(부품)부문 기획팀장(부사장)을 만나기도 했다. 삼성은 시스코의 네트워크 장비에 사용되는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다. 올초 두 회사는 기업용 모바일 보안 프로그램인 ‘애니커넥트 포 삼성’을 공동 개발하기도 했다.

◆플랫폼으로 갤S6 판매량 늘린다

삼성과 B2B 회사들의 플랫폼사업 공동 개발은 양측 모두에 ‘윈윈(win-win)’으로 평가된다. 삼성은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에 각종 서비스를 얹어 더 비싼 값에 많이 팔 수 있다. B2B 기업들은 자사 소프트웨어를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 스마트폰을 통해 더 많이 퍼뜨릴 수 있다.

삼성은 최근 선보인 갤럭시S6를 “역대 시리즈 중 가장 많이 팔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갤럭시S4의 7000만대 기록을 깨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만을 대상으로는 7000만대 판매가 힘들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과 인도에서 자국산 저가폰이 점점 많이 팔리고 있는 데다 지난해 4분기 출시된 애플의 아이폰6가 이미 1억대 가까이 팔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 소비자를 늘린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판매를 크게 늘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라클 시스템으로 회사 메일이나 정보를 관리하는 업체가 모바일 업무 환경을 도입한다고 할 때, 이에 최적화된 스마트폰으로 삼성 갤럭시S6를 제시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시스코의 보안 시스템을 적용한 회사도 마찬가지다. 아울러 톰슨 로이터의 각종 정보 서비스가 갤럭시S6에 적용된다면 채권 및 원자재 트레이더들은 이 정보를 보기 위해서라도 삼성 스마트폰을 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이 같은 움직임은 평소 B2B 기업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 이 부회장의 철학이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 플랫폼

단품만 팔지 않고 제품에 각종 서비스를 결합해 묶음으로 판매하는 방식.

남윤선/박영태/주용석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