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가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가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메모 형태로 남긴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의 정치적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친박근혜계 핵심 인물 등 정권 실세들의 이름이 리스트에 포함돼 있고, 검찰 특별수사팀이 불법 정치·대선자금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면서 국정 전반에 후폭풍이 몰아칠 전망이다. 여기에 16일부터는 4·29 재·보궐선거 공식선거 운동이 시작될 예정이어서 공무원연금 개혁 등 산적한 국정 현안이 여야 정치공방 속에 묻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새누리 소장파 “특검 실시해야”

새누리당은 이번 파문이 2012년 불법 대선 자금 의혹으로 번지면서 비상이 걸렸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3일 기자들과 만나 “지난 대선은 내가 (새누리당을) 책임지고 치른 선거였다”며 “내가 아는 한 어떤 불법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선자금은 여야가 없는 것”이라며 “야당도 같이 조사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날 인천시당 선거대책위원회에 참석해선 “고인이 그 짧은 시간(노무현 정부 시절)에 두 번이나 특별사면을 받은 게 의혹이 아닌가”라며 “검찰이 특별사면을 공개적으로 안 하고 왜 (노 대통령) 임기 말에 해치웠는지 밝혀주기 바란다”고 했다.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언급한 ‘성역 없는 수사’에 대해 “검찰 수사에서 비리가 드러나면 측근이든 누구든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의미라고 재차 강조했다. 새누리당 내 초·재선 모임인 ‘아침소리’는 정경유착 의혹을 뿌리 뽑기 위해 특별검사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3일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 박근혜 대통령이 진실을 밝히는 데 앞장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3일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 박근혜 대통령이 진실을 밝히는 데 앞장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정치민주연합은 “여야가 함께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김 대표 발언에 대해 “물귀신 작전”이라고 반박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은 전원이 다 국민에게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에선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이완구 국무총리에 대해 야당의 추궁이 집중됐다. 이 총리는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경남기업과 성 전 회장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성 전회장, 김기춘 전 실장 집 주변 배회”

홍영표 새정치연합 의원은 “성 전 회장이 사망하기 전 두 시간 정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집(서울 평창동) 부근에서 배회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또 “(성 전 회장이 주도해 만든) 충청포럼에서 ‘이완구 총리 인준’을 지지하는 플래카드 제작을 대거 지원했다”고 덧붙였다. 이 총리는 “충청포럼에 어떤 연락도 한 적이 없고 필요하다면 제 휴대폰을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청와대와 정부, 새누리당 간 고위급 정책 소통 채널인 고위 당·정·청 회의도 당분간 열리지 않게 됐다. 이 총리와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이 ‘성완종 리스트’에 포함되면서 회의 자체가 불가능해졌다는 게 새누리당의 판단이다. 고위 당·정·청 회의와는 별도로 주요 국정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정책조정협의회는 정상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하지만 검찰 수사를 둘러싼 여야 간 공방과 4·29 재·보선 등으로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와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가 뒤로 밀리면서 4월 임시국회가 ‘빈손’ 국회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