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따라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너/니꺼인 듯 니꺼 아닌 니꺼 같은 나/ 이게 무슨 사이인 건지 사실 헷갈려 무뚝뚝하게 굴지마/연인인 듯 연인 아닌 연인 같은 너.’

소유와 정기고가 함께 불러 지난해 음원 매출 1위에 오른 ‘썸’. 작곡가는 지난 2월 음악저작권협회로부터 지난해 작곡 부문 저작권료 수입 1위 대상을 받은 김도훈 RBW 공동대표(41·사진)다. 저작권료 수입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10억~15억원 규모로 보고 있다. 김 대표는 이 곡 외에도 지난해 20곡 이상의 히트곡을 냈다. 서울 장안동의 음악사 RBW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가사가 재미있는 게 히트 비결이겠지요. ‘썸 탄다’(이성에 호감을 가진 단계)란 유행어를 토대로 만든 가사가 봄에 어울리는 가벼운 사랑을 노래하거든요. 여기에 어울리는 멜로디도 주효했습니다. 경쾌한 템포로 밝은 분위기를 냈거든요.”

김 대표가 이 곡을 쓴 것은 소유와 정기고가 소속한 스타쉽엔터테인먼트로부터 “리듬감 있는 R&B 곡을 만들어달라”는 주문을 받았기 때문. 그는 두 가수의 음색에 잘 맞는 템포의 곡을 썼다. 다섯 명의 작사가가 참여해 가사를 거듭 수정해 완성했다. 노랫말보다 곡이 먼저 만들어진 것이다.

또 다른 그의 히트 곡은 에일리의 ‘손대지 마’. 에일리의 가창력을 살리면서 신나는 분위기의 업템포로 작곡했다. 실수한 남자친구가 화해를 요청해오자 여자가 내 몸에 손대지 말라고 당차게 말하는 내용이다. 가요계에서 박진영, 조영수 씨와 ‘빅 3’ 작곡가로 꼽히는 김 대표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가수와 일반인들의 트렌드를 유심히 살펴봅니다. 유행은 시시각각 변합니다. 장르도 다채롭고요. 계절에 따라 대중이 좋아하는 멜로디가 약간 다릅니다. 가령 봄과 여름에는 경쾌하고 신나는 리듬, 가을에는 어두운 분위기가 우세하죠. 저는 이런 관찰을 바탕으로 20년간 꾸준히 작곡하면서 500여곡을 썼습니다.”

그는 인기 작곡가가 되려면 악기를 하나쯤 다루는 것은 필수라고 했다.

“저는 아이돌 가수들의 곡을 많이 쓰는 편이 아닙니다. 아이돌 가수의 음원 매출은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방송에 많이 나오니까 요란스러워보일 뿐이죠. 지난해 음원 매출 2위 곡은 박효신의 발라드 ‘야생화’였어요. 오히려 발라드와 힙합 음원이 많이 팔립니다.”

그의 대표곡은 주요 가수와 전 장르를 망라한다. SES의 ‘Just a feeling’(2002·펑키댄스), 휘성의 ‘With me’(2005) ‘결혼까지 생각했어’(2010·R&B), 티아라의 ‘TTL’(2009·힙합), 이승기의 ‘결혼해줄래’(2009·발라드), 백지영의 드라마 아이리스 OST ‘잊지 말아요’(2009·발라드), 씨엔블루 ‘외톨이야’(2010·록) 등이다.

홍익대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한 그는 1995년 ‘Mrs. Music’으로 강변가요제에 입선하면서 가요계에 입문한 뒤 작곡가의 길을 걷고 있다. 2010년 작곡가 겸 가수인 김진우 대표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아이돌 가수를 키우는 음악사 레인보우(현 RBW)를 설립해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지에서 오디션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며 현지 아이돌그룹을 키워냈다. 지난해에는 국내에서 걸그룹 마마무를 데뷔시켜 인상적인 노래 실력을 선보이며 그해 걸그룹 중 수입 10위에 올려놨다.

“제가 직접 기획한 그룹을 선보이고 싶었어요. 마마무는 보컬과 퍼포먼스가 동시에 되는 걸그룹이죠. 언젠가 라스베이거스 무대에 세워보고 싶습니다. 갈 길이 멀지요.”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