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부산시립교향악단과 협연하는 소프라노 황수미.
오는 1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부산시립교향악단과 협연하는 소프라노 황수미.
소프라노 황수미(29)는 한동안 자신감이 없었다고 했다. 서울예고를 졸업해 서울대 음대에 무난히 합격했지만 성악을 계속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음대 동기들이 유학길에 오를 때조차 확신이 서지 않았다. “대학에 들어가보니 노래 잘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깜짝 놀랐어요. 주눅이 들었다고나 할까요. 첫 수업에서 교수님은 ‘너는 공부로 서울대 왔구나’란 얘기까지 하셨고요.”

황수미는 졸업을 앞두고 뮤지컬 배우, 아나운서 등 다른 걸 해볼까 생각도 했다. 문득 한 번도 음악에 모든 걸 걸어본 적 없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음대 대학원에 진학하기로 결심했다. 방황한 학부 4년과 석사 2년의 마음가짐은 판이했다. 2년간 밤낮으로 음악에만 매달렸다.

“매일같이 유튜브를 뒤지며 성악 동영상을 끝없이 봤어요. 다양한 창법을 전부 다 따라해 봤습니다. 하루는 아침에 동생이 ‘언니, 어젯밤에 노래 불렀어?’라고 묻더라고요. 자면서도 노래를 부른 거죠.”

일취월장한 실력은 세계 무대에서 빛을 발했다. 황수미는 지난해 쇼팽 콩쿠르(폴란드), 차이코프스키 콩쿠르(러시아)와 함께 세계 3대 성악 콩쿠르로 꼽히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벨기에)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독일 본 오페라극장에서 솔리스트로 활동하는 황수미는 오는 1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교향악축제에서 부산시립교향악단과 함께 무대에 선다. 오페라 ‘라보엠’ 중 ‘내 이름은 미미’,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 중 ‘아, 꿈속에 살고 싶어라’ 등을 부른다. 16일(대구 수성아트피아)과 26일(예술의전당 IBK체임버홀)에는 세계적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의 스승인 피아니스트 헬무트 도이치와 호흡을 맞춘다. 슈베르트의 ‘물레 감는 그레첸’ 등 낭만시대 대표 가곡, 라흐마니노프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가곡 등을 선보인다.

모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 이후 잡힌 일정이다. 교향악축제는 콩쿠르 우승자 자격으로 초청됐다. 도이치는 우승 직후 “반주를 해 주겠다”며 러브콜을 보냈다. 지난해 11월 워싱턴DC의 미술관 필립스콜렉션 음악홀에서 도이치와 미국 데뷔 무대를 가졌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로부터 “진주같이 명료하다(pearly clarity)”는 찬사도 받았다.

그는 올초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LSO)와 ‘아리랑 콘체르탄테’ 음반을 녹음했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참가 직전 벨기에 국영방송에서 불렀던 ‘아리랑’이 계기가 됐다. “가장 좋아하는 아리아를 불러달라는 요청을 받았는데 문득 아리랑이 생각났어요. 노래하는 데 말로는 표현하지 못할 감정이 들더라고요. 성악으로 우리의 것도 세계에 알리고 싶어요.”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