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활동하는 작가 로스 매닝은 전시공간을 빛으로 채웠다. 텔레비전 수리공이었던 그는 TV 화면에 색을 재현하는 방법인 가색법을 작품에 도입했다. 그의 작품 ‘스펙트라 더블’은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 형광등을 연결해 회전시키면서 빛의 조합을 보여준다. 감상하는 관람객의 그림자도 작품의 일부가 된다.
2차원 그림을 공간으로 확대하는 작업에 주력해온 재미동포 작가 지니 서는 조선시대 산수화와 한시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 ‘유선사’를 선보이고 있다. 전시실 천장에는 빨대를 뜨개질하듯 엮어 걸고, 바닥에는 한지에 콩기름을 먹인 장판지 200장을 둥글게 말아 입체적으로 쌓았다. 곡선으로 흐르는 형태의 구조물이 산수화 속 구름과 산을 떠올리게 한다. 벽에는 허난설헌의 시 ‘유선사’의 일부가 적혀 있다. 관람객들이 시를 읽으며 상상 속 풍경을 거니는 느낌을 받게 하기 위해서다.
비주얼예술 그룹 ‘아바프’의 일원으로 이번 전시에 참가한 크리스토프 아메이드 피아송은 “작품을 직접 느끼는 과정도 예술의 일부”라고 말했다. 8월23일까지. (02)3701-9500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