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비록 교훈 꺼낸 허창수 회장 "GS, 환경변화에 선제대응 중요"
“전쟁의 징후를 간과하고 국제 정세 변화에 둔감하게 대응했던 조선은 임진왜란 초기에 무기력한 패배를 거듭했다. 우리(GS그룹)는 이런 역사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사진)이 서애 류성룡의 징비록(懲毖錄)을 언급하며 그룹 임원들에게 위기의식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15일 서울 GS타워에서 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포함, 임원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2015년 2분기 GS 임원모임’에서다.

◆“환경 변화에 선제 대응하라”

허 회장은 이날 선제 대응, 시너지, 창조경제를 2분기 그룹 경영의 키워드로 제시했다. 그는 “그동안 GS는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며 꾸준히 성장했다”며 “하지만 수익성 개선, 사업 포트폴리오 선진화 등 질적 측면의 성장은 앞으로 계속 보완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서애 류성룡이 지은 징비록이 화제”라며 “역사를 교훈 삼아 항상 눈과 귀를 열어두고 환경 변화를 잘 포착해 선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징비록 교훈 꺼낸 허창수 회장 "GS, 환경변화에 선제대응 중요"
허 회장은 “최근 3차원(3D) 프린터, 사물인터넷(IoT) 등의 혁신적 기술이 등장해 기술 간,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고 있으며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옴니채널이 현실화하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융합시대에는 기존 틀에 한정된 근시안적 시각을 벗어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전남 여수에 GS가 지원하는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조만간 문을 연다”며 “지역경제와 국가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려는 설립 취지를 잘 새겨 GS가 가진 역량과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절박함 강조한 이유는

허 회장은 이날 위기의식을 유독 강조했다. 그는 “궁(窮)하면 통(通)한다”며 “아무리 상황이 어렵더라도 목표와 꿈을 향해서 꾸준히 준비하고 변화해나가면 어려움을 극복하고 도약의 발판을 다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최근 1~2년 새 어려움을 겪었던 GS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바닥’을 치고 올라갈 조짐을 보이는 시점에 허 회장이 이런 메시지를 던진 것에 주목하고 있다. ‘정상궤도에 재진입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말라’는 의미가 담겨있다는 분석이다.

GS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최근 1~2년간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계열사 중 매출 2위(2014년 9조4875억원)인 GS건설은 건설경기 위축 여파로 2013년 1조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냈다. 허 회장의 셋째 동생인 허명수 GS건설 부회장이 실적 악화의 책임을 지고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지난해에는 그룹 매출 1위인 GS칼텍스(40조2583억원)가 국제 유가 하락으로 어려움에 빠졌다. 2013년 9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GS칼텍스는 지난해 4563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