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현실 확 날려버린 '국산 영웅'
현실에 지치고 답답함을 느낄 때 사람들은 영웅을 찾는다. 이웃집 슈퍼히어로(황금가지)는 우람한 몸집에 멋진 옷을 입은 외국 영웅 대신 ‘국산’ 영웅을 소재로 삼은 소설집이다. 김보영, 듀나, 좌백, 진산 등 장르문학계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작가 9명의 작품을 묶었다. 영웅이 등장해 사건을 해결한다는 비현실적인 설정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가 지닌 문제점을 정면으로 겨냥한다.

이서영의 ‘노병들’은 6·25전쟁 때부터 초인적 능력을 쓴 노인의 이야기를 그렸다. 오로지 애국을 위해 사용했다고 생각한 노인들과 젊은 세대 사이의 정치적 갈등을 다뤘다. 이수현의 ‘선과 선’은 범죄자들을 처리하는 영웅과 그를 쫓는 경찰의 이야기를 담았다. 소설 속 강력계 임 형사는 경찰이 해야 할 일을 혼자 하는 지훈에게 영웅의 딜레마를 지적하기도 한다. “너 혼자 감당할 수 있겠냐. 설마 진짜 외계인이나 로봇도 아닐 텐데. 그러다가 네가 쓰러지거나, 영웅놀이에 싫증이 나서 더는 못하게 되면, 그 다음은 어쩔래?” (‘선과 선’ 中)

인기 무협 소설가 좌백은 배트맨을 무협 장르에 접목시킨 ‘편복협 대 옥나찰’이란 작품을 내놓았다. 김수륜의 ‘소녀는 영웅을 선호한다’에선 초인적 능력 외에도 드론, 무선통신 등의 최신 장비가 등장해 읽는 맛을 더한다. 이규원, 잠본이 등 장르문학 평론가 두 명이 쓴 슈퍼히어로 세계에 대한 해설은 미국에서 시작된 슈퍼 히어로 작품이 어떻게 인기를 끌고 있는지 그 근원을 알 수 있게 한다. 460쪽, 1만3800원.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