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청년들이 선호하는 전문직과 금융회사 직원, 공무원 등 양질의 일자리가 11만개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부진이 이어진 데다 노동시장 구조 개혁마저 늦어진 때문이란 분석이다.
16일 한국경제신문이 통계청의 ‘고용동향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박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3년 3월부터 지난달까지 2년간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의 취업자는 3만1000명 감소했다. 이 업종에는 회계사 세무사 건축사 법무사 수의사 연구원 경영컨설턴트 감정사 등 고학력 전문직이 포함돼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제외하고는 꾸준히 일자리가 늘어난 직종이지만 2013년부터 줄기 시작했다.

또 청년들이 선호하는 공무원에 해당하는 ‘공공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의 일자리도 지난 2년 동안 2만8000개 감소했다. 같은 기간 금융·보험업에선 5만2000개의 일자리가 줄었다.

반면 제조업(25만9000명), 도·소매업(24만4000명), 숙박·음식업(22만6000명),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20만1000명) 등에선 일자리가 늘어 박근혜 정부 2년간 취업자 수는 98만7000명 증가했다.

양질의 일자리가 감소한 것은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더딘 게 가장 큰 요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기존의 고숙련 노동자가 높은 임금을 고수하면서 저숙련 노동자의 신규 진입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김용성 한국개발연구원(KDI) 인적자원정책연구부장은 “괜찮은 일자리는 대부분 특정 조건을 갖춘 사람들이 얻을 수 있는 닫힌 노동시장의 성격이 짙다”며 “이런 시장에서 기존 고임금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나누거나 임금 체계를 개선하려고 노력하지 않기 때문에 일자리가 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회복이 지지부진한 것도 양질의 일자리를 줄인 요인으로 꼽혔다. 최근 경기 둔화로 대기업이 줄인 일자리의 상당수가 연구원 등 전문직이었다는 분석이다. 금융업 일자리도 은행 보험 증권사 등의 실적 악화로 줄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금융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7%에서 지난해 5%대로 주저앉을 정도로 은행 등의 실적이 부진했다.

공무원의 고용 감소와 관련해 김덕호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총괄과장은 “공공부문은 고용 창출이 필요하다고 해도 비용 문제 때문에 일자리를 늘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고용의 질도 개선되지 못했다. 지난 2년 동안 늘어난 일자리 중 시간제(주당 36시간 미만) 근로자 비중은 26.6%(26만8000개)에 달한다. 2013년 3월에 비해 7.8% 늘어난 것으로 같은 기간 주당 36시간 이상 근로자 증가폭(3.4%)의 두 배를 넘었다.

또 같은 기간 계약 기간이 1년 미만인 임시직 근로자는 19만9000명 늘었다. 전체 임금근로자의 18.8%에 달한다.

김 연구부장은 “정부는 고용률 70% 목표 달성을 위해 주로 시간제와 요양사 등 복지 부문 일자리를 늘리는 데 집중했다”며 “앞으로는 전문직, 금융업 종사자 등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를 늘리는 고용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