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아온 월가의 봄…JP모간·골드만·씨티 '깜짝 실적'
미국 월가가 금융위기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골드만삭스와 JP모간 등 월가의 대형 투자은행(IB)들이 시장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1분기 실적을 내놨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금융위기 이후 5년 넘게 월가에 감돌던 위기의 그림자가 사라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 5년 만에 최고 실적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낸 곳은 골드만삭스다. 16일(현지시간) 발표한 1분기 실적에서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한 28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5년 래 최고치다. 주당순이익은 5.94달러로 1년 전보다 47% 뛰어올랐다. 시장에선 4.26달러를 예상했다. 매출은 106억2000만달러로 13.8% 늘었다.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4.7%로 18분기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고수익·고위험의 파생상품 거래와 공격적인 레버리지 투자로 최고 수익률을 올리며 월가의 대표 IB로 군림해온 예전 모습을 되찾은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골드만삭스가 위기 이전의 수익률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판을 잠재웠다고 평가했다.

깜짝 실적의 일등 공신은 트레이딩과 투자금융 부문이었다. 골드만삭스는 모건스탠리와 UBS, 바클레이즈 등이 위기 이후 당국의 규제 강화와 변동성 확대 등을 이유로 자산관리와 같은 보다 ‘안전한’ 사업 중심으로 전략을 수정할 때도 이 두 부문을 지켰다. 1분기 주식과 채권, 통화, 원자재 거래를 담당하는 트레이딩 부문 매출은 54억6000만달러로 지난해보다 23% 급증했다. 투자금융 부문도 대형 인수합병(M&A) 붐을 타고 M&A 부문에서만 지난해보다 41% 많은 9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2007년 이후 최고의 실적이다. 로이드 블랭크파인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1분기 실적은 새로운 영업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수년간 노력한 결과”라며 “앞으로도 이런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했다.

◆JP모간도 ‘깜짝 실적’ 기록

골드만삭스와 함께 월가를 대표해온 JP모간체이스도 화려하게 부활했다. 1분기 순이익은 59억달러, 매출은 248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1%와 7.9% 증가했다. 주당순이익은 1.45달러로 13.3% 개선됐다. JP모간의 실적 호조 역시 트레이딩과 투자금융이 주도했다. 트레이딩 부문 매출은 56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 늘었고, M&A부문 매출도 42% 증가했다. 기업금융 및 투자금융 부문 순이익은 25억4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했다. WSJ는 제이미 다이먼 CEO가 기대 이상의 1분기 실적을 보여줌으로써 더 나은 이익을 내기 위해 각 사업부문을 쪼개야 한다는 일부 투자자의 요구를 일축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미국 중앙은행(Fed)의 스트레스테스트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는 등 금융위기 이후 계속 고전해온 씨티그룹도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1분기 순이익은 47억7000만달러로 21% 늘었고, 주당 순이익은 1.52달러로 23.5% 증가했다. 지난해부터 미국 내 지점 축소와 인력 감축, 글로벌 소매금융 매각 등을 추진해온 마이클 코뱃 CEO는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성적표를 내놓으면서 퇴진 압력에서 벗어나게 됐다. WSJ는 애널리스트의 분석을 인용, “사업전략을 단순화하고 회사를 슬림화하는 코뱃의 전략이 효과적이었다는 점이 입증됐다”고 전했다.

소매금융 중심의 상업은행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실적을 내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1분기 33억6000만달러의 순이익을 올리며 지난해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지만 시장 예상치에는 못 미쳤다. 웰스파고의 순이익은 지난해보다 2% 줄어든 58억달러에 그치며 7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순이자마진(NIM)이 3% 밑으로 떨어지는 등 웰스파고의 강점이었던 수익성 지표도 악화됐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