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수사국(FBI) 과학수사팀의 조사관들이 과거 형사사건 재판에서 부정확한 검사 결과를 토대로 거짓증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들 가운데 이미 사형까지 집행된 피고인들이 포함돼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FBI 정밀모발검사팀 소속 조사관 28명 중 26명이 2000년 이전까지 20여년 동안 법정에서 거짓 증언을 해왔다고 19일 보도했다.

이들은 현미경으로 하는 모발 외견비교 검사가 정확도가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범죄현장에서 발견된 모발이 피고인의 것과 일치한다는 내용의 증언을 했다고 WP는 전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268건 중 95%의 재판에서 과장된 증언이 채택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조사관이 과장 증언을 한 재판에서 지금까지 32명이 사형선고를 받았다. 14명은 이미 사형이 집행됐거나 교도소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FBI 조사관의 거짓증언이 유죄판결을 내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아니지만 날조된 '과학 정보'가 재판 과정에서 수십년간 채택됐다는 점에서 사상 최대 법의학 관련 추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의혹은 2012년 워싱턴포스트가 처음 제기한 후 전미형사피고인 변호사협회(NACDL) 등이 1979~1999년도 FBI의 모발 비교검사 결과가 반영된 재판 결과를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확인됐다.

모발 비교 과학수사는 2000년 이후 특정 용의선상을 제외할 때만 사용되거나 DNA 검사와 함께 이용하도록 규정이 바뀌었다.

미 법무부와 FBI는 성명을 통해 “피고인 측에 조사 내용을 알렸으며 모발 분석과 다른 법의학 조사 부문에서도 정확도를 높이겠다”며 해당 내용을 인정했다.

임지혜 한경닷컴 인턴기자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