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1일로 예정된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 신청 마감을 40일가량 앞두고 대기업 간 쟁탈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자체적으로 면세점 전문 자회사를 설립했고, 현대백화점그룹은 모두투어 등 중소기업과 합작사를 세우기로 했다. 앞서 현대산업개발은 호텔신라와 손을 잡았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마트 등 기존 판매 채널의 구조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는 면세점 사업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유통 공룡들의 자존심 건 수싸움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신세계 ‘고품격 프리미엄 면세점’ 지향

신세계그룹은 ‘고품격 프리미엄 면세점’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경쟁사와 차별화된 상품 구성에 문화를 접목해 부유층 요우커(중국인 관광객)를 국내로 끌어들인다는 계획이다. 후보지는 신세계백화점 본점 인근 남대문 상권과 반포 센트럴시티를 놓고 고민 중이다. 지역경제 및 중소기업과 상생을 추구하는 ‘동반 면세점’도 추구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중소 여행사 모두투어와 합작사 설립을 추진 중이다. 현대백화점이 다음달 설립되는 합작사 지분의 60% 이상을 갖고 모두투어가 20%가량을 투자할 전망이다. 모두투어 이외에도 추가적인 중소 규모 파트너를 물색하고 있다는 게 현대백화점 측 설명이다.

현대산업개발은 호텔신라와 합작사 ‘HDC신라면세점’을 설립한다. 용산 아이파크몰 4개층을 리모델링해 일대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청사진도 내놓았다.

롯데면세점은 후보지로 가로수길 이태원 신촌 동대문 등을 두고 저울질하고 있다. 노재승 롯데면세점 홍보팀장은 “연말에 소공동점과 잠실점 특허가 만료돼 이번 시내면세점 입찰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제3자와 손을 잡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갤러리아는 압구정동 명품관과 여의도 63빌딩을 유력한 후보지로 보고 있다. 홍창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면세점사업부장은 “작년 7월 제주공항 면세점을 운영하기 시작해 하반기에 흑자를 냈다”며 “최단 기간 흑자를 낸 운영능력을 앞세워 시내면세점도 따낼 것”이라고 말했다. SK네트웍스는 홍대 신촌 등 강서지역과 도심 내 광화문 종로 등을 검토하고 있다.

◆유통업계 돌파구 된 면세점

업계에서는 입찰 마감 때까지 이들 기업 간 물밑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기존 유통채널의 성장이 멈춘 데 반해 면세점은 신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 시장은 2010년 4조5000억원에서 2011년 5조3000억원, 2012년 6조3000억원, 2013년 6조8000억원, 2014년 8조3000억원으로 급신장하고 있다.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올해는 1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관세청은 서울에 면세점 세 곳을 더 허가하기로 하고 6월1일까지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서울에 시내면세점이 새로 생기는 것은 15년 만이다. 세 곳 중 두 곳은 대기업에, 나머지 한 곳은 중소·중견기업에 배정한다. 이렇게 되면 서울 시내면세점은 여섯 곳(롯데 3개, 신라 1개, 워커힐 1개, 동화 1개)에서 아홉 곳으로 늘어난다. 심사 기준은 관리역량(250점), 경영능력(300점), 입지(150점), 경제·사회 발전 공헌도(150점), 상생(150점) 등이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