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성완종 최측근' 박준호 첫 소환…정·관계 전방위 수사
‘성완종 리스트’로 촉발된 정치자금 수사가 8명의 여권 핵심 인사를 넘어 야권과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 관계로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이완구 국무총리의 사의 표명으로 불법 정치자금 전반에 대한 검찰 수사에 힘이 실리게 됐다.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 관계자는 21일 “중대한 사건을 수사하면서 막중한 책임감으로 온갖 지혜와 시간을 모아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며 “외부 전망과 무관하게 저희 일정대로 차분히 가겠다”고 말했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대검찰청 간부회의에서 “국민적 의혹이 매우 크고 사회적 파장도 상당한 상황인 만큼 사건의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라”고 지시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번 수사가 정·관계, 금융권 등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여야 인사들과 폭넓게 친분을 유지했고, 특히 경남기업 워크아웃 개시 결정 등을 앞두고 집중적으로 로비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또 노무현 정부 시절 두 차례나 특별사면을 받았다. 경남기업은 사업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대규모 은행 대출을 받아 베트남 하노이의 ‘랜드마크 72’를 준공하기도 했다. 특별수사팀은 “메모나 녹취록에만 국한해서 수사하는 건 아니다”는 입장을 계속 밝혀왔다.

이날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사진) 소환은 전방위 수사의 신호탄이다. 박 전 상무는 이날 낮 12시25분께 검찰 특별수사팀 조사실이 있는 서울고등검찰청 청사에 도착했다. 그는 성 전 회장의 금품 제공 의혹이 사실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제가 말할 부분이 아니다. 목격한 적은 없다”고 답했다. 그는 의혹을 뒷받침할 ‘비밀장부’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 없다”고 말했다. 금품수수 의혹 당사자로부터 회유성 전화를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건 없었다”고 답했다.

박 전 상무는 지난 12일 특별수사팀이 구성된 뒤 9일 만에 이 사건에 관해 정식 조사를 받는 첫 참고인이다. 수사팀은 밤늦게까지 박 전 상무를 상대로 성 전 회장이 정치권 인사 8명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정황을 담은 ‘성완종 메모’에 관한 사실 관계를 확인했다. 박 전 상무는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근무하는 등 정치권과 인연이 있고, 2003년 경남기업에 입사한 뒤 성 전 회장을 보좌하면서 그의 정치 행보를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다. 성 전 회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날인 8일 박 전 상무, 이용기 수행비서와 만나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박 전 상무가 진술한 내용의 진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이날 그의 경기 고양시 자택 폐쇄회로TV(CCTV)를 압수수색했다. 또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에 있는 경남기업 본사를 세 번째로 압수수색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