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시장 진출할 기회 놓쳐"…생산공장 해외로 이전 검토
미래 먹거리로 키운 지자체, 기업 유치 어려워져 난감
한국카본은 매출(2014년 2310억원)의 10%를 차지하는 탄소섬유사업 비중을 확대하기 위해 200억원대 설비투자를 지난해 단행했다. 이어 올해 200억원과 2016년 200억~300억원을 포함, 2020년까지 800억원대 설비투자를 추가로 진행할 계획이었다. 이 회사는 경남 함양에 탄소섬유 중간재 생산공장을 두고 있으며 지난해 750t 규모의 탄소섬유 중간재를 생산했다.
탄소섬유 업체들은 국내 시장은 작은 데 비해 중국시장은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어 성장을 위해선 중국시장 공략이 필수라고 보고 있다. 2013년 기준 한국의 탄소섬유 시장 규모는 3100t으로 세계시장의 6%에 불과하지만 중국시장은 1만5000t으로 세계시장의 32%를 차지했다. 중국시장은 2010년 이후 매년 20% 이상 커지고 있다. 조 사장은 “상황을 봐가며 공장을 중국이나 동남아로 옮기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한·중 FTA 체결 과정에서 섬유업계의 의견을 청취했는데 탄소섬유업계는 별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중국이 다른 나라와 체결한 FTA에서도 타 국가의 탄소섬유 제품은 관세 철폐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의 탄소섬유 기술력이 높지 않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중국 업체들이 기술력 측면에서 아직 한국에 뒤떨어지지만 조만간 국내 업체 수준으로 올라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2010년 발표한 ‘과학기술발전 제12차 5개년 계획’에서 탄소섬유 등 신소재 자급률을 70%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중국 업체를 적극 지원 중이다.
경북 구미시, 전라북도 등 탄소섬유 기업 유치에 나서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도 난감해하고 있다. 구미시는 세계 탄소섬유시장 점유율 1위인 도레이첨단소재와 2011년 53만9000㎡(16만평)의 생산부지 판매를 추진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윤종호 구미시의원은 “한·중 FTA로 인해 구미시의 탄소섬유 기업 유치에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전라북도 관계자도 “시장 선점을 위한 전라북도의 기업 유치 계획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 탄소섬유
무게가 강철의 5분의 1 수준으로 가볍지만 강도는 10배에 달해 ‘꿈의 소재’로 불린다. 경량화가 필수인 전기자동차 항공기 등의 소재로 활용이 늘고 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